17일 방문한 대전 유성구 LG유플러스 대전연구개발(R&D)센터의 ‘단말 소프트웨어(SW) 시나리오 시험실’. TV 셋톱박스 411대가 60㎡ 공간에 빼곡히 설치돼 있었다. 흡사 서버실을 연상시키는 이곳에서 연구원들이 사방을 가득 메운 TV 화면들의 영상 재생 상태를 점검했다. 셋톱박스와 연결된 411개 화면에서는 영화·드라마·스포츠 영상이 쉴새없이 흘러나와 폐쇄회로(CC)TV 관제실처럼 보이기도 했다.
셋톱박스는 자동 실행 방식으로 200개가 넘는 방송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유튜브·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아이들나라’ 같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까지 번갈아 실행시키며 버벅임(속도 저하)이나 화면 깨짐 같은 품질 오류를 스스로 찾아냈다. 셋톱박스 411개가 이 같은 품질 테스트를 하루 최대 5000여번, 연간 200만 번 반복한다고 했다.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회선은 지난해 말 기준 558만 개에 달한다. 가입자들이 동시에 채널을 돌리거나 OTT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거나 심지어 TV를 껐다 켜는 일만으로도 셋톱박스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채널 변경 같은 7가지 실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 훈련을 365일 24시간 반복해 셋톱박스의 발열과 속도 저하 등 문제를 조기에 찾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해결하는 것이 이곳 연구원들이 맡은 임무다. 나란히 놓인 리모콘 411개도 시선을 사로 잡았다. 경쟁사와 비교해 리모컨의 반응 속도가 느리지는 않는지 다양한 기능 실행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네트워크(NW) 연동 시험실’ 에서도 크고작은 TV 화면에서 끊임없이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단말 SW 시나리오 시험실과 비슷했다. 다만 셋톱박스가 아닌 인터넷 서버가 훈련 대상이라는 점이 달랐다. 1Gbps(초당 기가비트)의 고용량 트래픽을 가해도 서버가 파일 내려받기나 게임,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등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지, 여러 TV와 와이파이 공유기가 동시에 인터넷을 사용해도 문제없는지 시험 중이었다. 1Gbps는 4K 영상을 실시간 재생시킬 수 있는 인터넷 속도다.
LG유플러스는 시설을 지속 고도화하고 AI를 도입해 IPTV·인터넷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강봉수 LG유플러스 품질혁신센터장은 “고객이 겪을 수 있는 불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진정한 품질 혁신이라고 생각한다”며 “AI 등을 활용해 서비스 품질 개선에 집중해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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