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노동계의 투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간보다 노사 갈등을 풀기 어려운 공공 영역에서 동시 파업이 일어날 조짐이다. 여기에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정치적 노조 운동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9일에 이어 20일 서울 도심 집회에서도 경찰과 노동계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하철 파업 우려와 잇따른 노동계 대규모 도심 집회가 이어질 경우 출퇴근 불편은 물론 교통 체증 등으로 시민 불편이 한층 가중될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일부터 준법 운행(태업)에 돌입하고 시와 공사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다음 달 6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노사의 교섭은 답보 상태다. 노사는 8월부터 4차례 본교섭, 15차례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철회 △안전인력 충원 △2호선 1인 승무제 도입 중단 △부당 임금 삭감 문제 해결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인력 충원이다. 노조는 결원과 정년퇴직을 고려하면 700명 이상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는 2026년까지 정원 2212명을 감축하는 경영 혁신 계획에 따라 올해 340여 명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맞선다.
전일부터 준법 투쟁에 돌입한 전국철도노조는 다음 달 5일 무기한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철도노조와 사측의 교섭 쟁점도 인력 충원이다. 철도노조는 “사측이 18일부터 시작한 안전일터 지키기 행동을 태업으로 규정했다”며 사측에 항의 공문을 보내는 등 양측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는 전일부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뿌리 깊은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와 임금 인상을 요구 조건으로 내세웠다. 노사 교섭은 꽉 막힌 상황인 탓에 다음 달 6일 총파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총파업 이후 활동이 뜸했던 화물연대본부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화물연대는 11일 국회 앞에서 안전운임제 입법을 촉구하면서 100명 삭발 결의대회를 열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와 운송회사에 일정 수준 임금과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로서 2022년 일몰됐다.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공공 부문에서의 파업은 민간 부문보다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민간은 단일 사업장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으면 되지만 공공은 노사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 등 여러 제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철도노조의 경우 사측인 한국철도공사와 기획재정부의 정원 감축 결정을 동시 비판한다. 화물연대의 요구 조건도 국토교통부와 국회가 나서야 해결된다.
노사 사업장별 연쇄 파업은 노동계의 정권 퇴진 운동과 맞물린 모양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9일에 이어 20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전국농민총연맹과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연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7일 3차 총궐기를 준비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권은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며 “정권 퇴진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집회는 매 정부 노정 갈등이 격화될 뇌관으로 작용했다. 민주노총과 야당은 경찰이 9일 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며 재차 항의했다. 당시 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집회 참가자 일부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당시 집회 참여 조합원 등 11명을 체포했다. 양 위원장을 비롯해 집행부가 불법 집회를 기획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20일 2차 집회에서도 참가자와 경찰이 다시 물리적 충돌을 할 가능성이 우려를 키운다. 양 위원장은 “경찰이 9일 집회를 대하는 태도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막겠다는 것”이라며 “22일 경찰에 출석해 당시 집회 상황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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