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인수합병(M&A)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그동안 M&A가 상대적으로 활발했던 소비재와 IT·미디어 분야에서 거래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기업 정보 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상장사 기준 중견·중소기업 M&A 거래는 올 상반기 총 65건으로 파악됐다. 2022년 연간 152건, 2023년 163건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주춤한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소비재와 IT·통신·미디어 등의 분야에서 거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IT·통신·미디어는 지난해 총 40건의 거래가 발생한 반면 올해는 상반기16건에 머물렀다. 소비재도 비슷한 양상이다. 소비재 분야 기업의 M&A는 2022년 27건에서 2023년 46건으로 급증했지만 올해는 14건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수치임을 감안해도 지난해에 비해 20~40% 가량 줄어든 것이다. 헬스케어 분야도 2022년(15건)과 2023년(22건)에 비해 올해는 눈에 띄게 줄어든 7건에 그쳤다.
딥서치 관계자는 “방송용 프로그램 제작 및 매니지먼트, 콘텐츠 제작·유통 부문에서 그동안 M&A거래가 활발했지만 최근 들어 K콘텐츠 산업의 과도한 제작비 증가와 정체된 국내외 소비 수요 등 구조적 문제가 맞물리면서 관련 업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 “다만 소비재 분야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유사 업종 기업간 합병을 비롯해 전후방산업에 속한 기업간의 M&A와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는 영업양수도 거래는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흐름은 ‘큰손’인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정 위주의 경영을 최근 들어 추구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대기업이 인수 주체인 M&A는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80건(전체의 22%)이던 대기업의 중소·벤처기업 M&A는 2023년 26건(8.2%)으로 줄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3조2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하반기에 접어 들어 전통 제조업 위주로 M&A 열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에너지·유틸리티·소재 분야는 M&A 거래가 지난해 10건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9건을 기록하는 등 오히려 거래 열기가 점차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산업재·자동차 분야도 하반기 들어 대형 거래가 하나둘씩 나오는 등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최근 자동차 부품회사 이래AMS 인수를 확정했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이래AMS 지분 80.6%를 1354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딥서치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배터리 및 충전기술, 3D 제조, 차세대 원료 및 비화석 에너지 생산 등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부분에서 M&A 니즈가 커지고 있다”면서 “건설, 엔지니어링, 플랜트 분야도 지난해 연말 이후 거래가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부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