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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한국판 '존 그레이'는 언제쯤…

천민아 투자증권부 기자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사장인 존 그레이는 투자 기업 국가에 출장을 갔을 때마다 조깅하는 모습을 셀프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땀을 뻘뻘 흘리며 포트폴리오 기업을 설명하는 그레이 사장의 얼굴이 휴대폰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매번 보다 보니 처음에는 신기하고 웃겼다가 이제는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감이 느껴진다.

글로벌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이런 영상이 유행인 건지 최근 캐나다연금(CPPIB)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부문 대표도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서서 SNS 팔로어들에게 포트폴리오 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졌던 비즈니스 모임에 대해 직접 브리핑하는 영상을 올렸다.



사모펀드 관계자와 식사를 하다가 그레이 사장이 ‘관종’인 것 같다는 농담을 했는데 뜻밖의 깊은 뜻을 알게 됐다. 해외에서는 사모펀드 등 위탁운용사(GP)에 투자금을 대는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출자자(LP)의 자금이 결국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대중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한다는 게 글로벌 트렌드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2030세대의 61%가 ‘국민연금은 다단계 사기 같다’고 대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절반 가까이는 ‘국민연금 폐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전 세계 연기금 중 자산 규모 톱 3이자 투자 성과도 괜찮은 국민연금에는 굴욕적이고 억울할 법하지만 적극적인 소통의 부재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필요 없다’고 외치는 젊은 세대가 점차 사회 주류가 된다면 국민연금이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걱정도 유난스럽지 않다.

이런 폐쇄성은 비단 국민연금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연기금·공제회·은행·보험사 등 ‘큰손’들이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돈은 모두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지만 국내 사모펀드 업계 자체가 최대한 국민들의 관심 밖에 있고 싶어하는 눈치다.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가 점점 필요해지고 있는 때인 만큼 업계도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야 하지 않을까. 이슈가 있을 때만 나오는 ‘여론전’에 가까운 보도자료 경쟁을 진정한 소통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 자본시장에서도 ‘한국판 존 그레이 아저씨’가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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