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 씨는 최근 경기도 분당의 한 종합병원에 10일간 입원한 초등학생 딸을 퇴원시키면서 진료비 수십만 원을 병원 창구에 수납했다. 앞서 A 씨는 딸의 입원 기간에 병원 곳곳에서 “실손보험 청구는 별도 서류 없이 ‘실손24’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 포스터를 보고 실손24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받아놓았다. A 씨는 딸이 퇴원하고 2시간 뒤 실손24 앱의 ‘나의 자녀청구’ 메뉴에서 간단한 인증 후 딸의 병원비를 실손 청구했다. 그 후 2시간 만에 가입 보험사로부터 보상 담당자가 지정돼 심사가 시작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A 씨는 “이렇게 편하게 되는 것을 왜 최근까지 종이 서류를 받아 사진을 찍어 전송하며 청구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실손24 청구 가능 병원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5일 30병상 이상의 병원을 대상으로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된 가운데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소화 대상 의료기관 수는 한 달 전 출범 때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 보험개발원은 연내 최대 900개 기관이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시작될 때 서비스가 가능한 병원은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전체와 331개 종합병원 중 136개 등 210곳이었다. 이후 한 달 동안 약 40개 병원이 추가로 시스템에 연결돼 현재는 약 250개 병원이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들 병원에서 진료 받은 사람은 ‘실손24’ 앱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깔고 회원 가입을 하면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을 필요없이 앱상에서 실손 보험 청구를 할 수 있다. 어떤 보험사 실손 상품을 가입했든 상관없다. 실손24 웹사이트를 통해 PC에서도 청구할 수 있다.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의 전송 대행 기관인 보험개발원은 시스템 개발·구축과 함께 의료기관이 이 플랫폼에 들어오게 하는 협상까지 맡고 있다. 보험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실손 청구 간소화 플랫폼 참여 병원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현재 약 900개 의료기관의 전산 시스템 연결을 테스트하고 있어 연말까지 1100개 이상 의료기관의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 청구 간소화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좋은 편이다.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의 실손 보험 청구까지 별도 서류 없이 앱상에서 대신 해줄 수 있어 한 번 써 본 사람은 높은 만족도를 표시한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초기지만 아직까지 중대한 시스템 오류도 없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서비스 시작 시점에는 하루 200명 정도가 청구했는데 최근에는 하루 1000명 선으로 이용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숙제는 얼마나 빨리 이 시스템을 확산시키느냐다. 정부는 내년 10월 25일부터 전국 모든 의원(7만 개)과 약국(2만 5000개)까지 이 시스템에 연결시킨다는 계획이어서 확산을 위해서는 의약계는 물론 전자의무기록(EMR) 업계와의 더 많은 협상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위해 ‘실손청구 간소화 확산추진단(가칭)’을 조만간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금융위와 보험개발원뿐만 아니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도 참여한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확산을 위해서는 EMR 업체에 대한 지원금 등이 필요한데 개별 보험사를 대표해 생보협회와 손보협회가 추진단에 들어가는 만큼 보다 원활한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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