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고성능 전기차 모델을 늘리며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내년부터는 에너지 용량과 출력을 늘린 46파이(지름 46㎜)배터리 양산을 시작하고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고객사인 아우디의 전기차 e-트론 50 콰트로 및 스포트백 50 콰트로 등 2개 모델에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두 차량은 기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최근 들어 삼성SDI 배터리로 교체한 것이다. 국내 판매 중인 아우디 전기차 14개 모델 가운데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9개 모델로 가장 많다. 나머지 5개 모델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적용했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앞둔 아우디 Q6 e-트론도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한다.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6 e-트론은 100㎾h의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로 한 번 충전만으로 최대 641㎞(유럽 인증 기준)를 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도 삼성SDI와 함께 해당 모델에 탑재할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SDI는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의 경쟁력을 토대로 고객사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와 체결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에 따라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6세대 각형 배터리인 P6를 납품한다. 현대차·기아 전기차들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배터리를 적용해왔는데 삼성SDI 배터리로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2026년 출시할 대형 전기 SUV GV90는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배터리인 46파이 배터리 양산을 통해 신규 고객사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46파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도 내년 초로 1년 이상 앞당겼다.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2170(지름 21㎜, 높이 70㎜)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이상 각각 높고 주행거리도 기존 대비 16% 늘어 완성차 업체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SDI는 4680·4695·46110·46120 등 배터리 높이를 다양화해 고객사 요구에 최적화한 제품을 제공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내년부터 전기차 시장이 회복되면서 실적 개선을 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터리 공급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부터 유럽 완성차 업체는 유럽 내 판매 차량의 평균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2021년 대비 15% 감축해야 하는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전기차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 최대 완성차 시장인 독일은 법인용 차량을 전기차로 구입할 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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