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D램 시장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국내 대학을 찾아 ‘당일 채용’을 내걸고 반도체 인재 유치에 나섰다. 마이크론은 과거 삼성전자(005930) 등에서 일하는 국내 경력직 엔지니어를 주로 스카우트해왔으나 반도체 인재 수급난이 심해지자 학부생에게까지 손을 뻗은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반도체 업계의 인력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건국대와 서울시립대·부산대·경북대 등 일부 국내 대학을 대상으로 다음 달 초중순 채용 설명회를 가진다. 이공계열 졸업 예정자와 석박사 과정 기졸업자가 주요 대상이다. 공정과 품질·장비·설비·생산 엔지니어 등 10개 이상 직무에서 채용이 진행되며 합격자는 대만에 있는 마이크론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다른 이공계 대학에서도 채용 설명회 개최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000660) 등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받고 마이크론으로 이직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국내 대학에서 대놓고 채용과 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평가다. 특히 마이크론은 “사전 지원자에 한해 채용 설명회 전 면접을 본 뒤 당일 한 번의 면접으로 채용을 확정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마이크론은 대만을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마이크론의 타이중 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최초로 5세대 HBM3E를 양산한 곳으로, 핵심 메모리 생산 기지다. 마이크론은 대만 현지 직원을 2000명 이상 늘려 현재 5% 수준인 HBM 시장점유율을 내년에는 2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서 인재 쟁탈전이 본격화하면 가뜩이나 문제인 인재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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