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259960)이 해외 게임 개발사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출시 7년차를 맞은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의 글로벌 흥행으로 올해 창사 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 돌파가 유력한 가운데 지분 투자를 통해 외부 개발사의 IP까지 확보하며 출시 게임을 늘리는 일종의 ‘물량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게임의 새로운 재미를 발굴해 사업을 해외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확장하는 ‘스케일업 더 크레이티브’ 전략을 토대로 글로벌 퍼블리셔(배급사)로도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를 게임 개발에 투입하고 숏폼(짧은 영상) 드라마 등 신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해 3분기에만 해외 게임사 4곳에 투자를 단행했다. 영국 리퍼블릭 게임즈와 미국 데이4스튜디오에 각각 35억 원과 47억 원을 투자해 지분 22.2%와 27,8%를 확보했다. 리퍼블릭 게임즈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개발진이, 데이4스튜디오는 ‘레드 데드 리뎀션’ 제작 인력이 설립했다. 캐나다 울프하우스에도 20억 원을 투자해 16.6%를 취득했다. 이 밖에 인도 데프터치 인터랙티브 아트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크래프톤은 IP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파이브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와 손잡고 인기 IP ‘쿠키런’을 인도에 선보인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버전 흥행 노하우를 바탕으로 쿠키런도 현지 시장에서 성공시키겠다는 목표다. 최근 일본 포켓페어와도 '팰월드' 모바일 게임 IP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팰월드는 올 1월 출시돼 출시 1개월 만에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누적 1500만 장이 판매되고 역대 동시 접속자 3위(약 210만 명)를 기록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크래프톤이 게임 개발사에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생 개발사가 개발 중인 작품의 퍼블리싱 권한을 확보해서 글로벌 퍼블리셔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흥행 예측이 어려운 게임산업의 특성상 가능한 많은 게임을 출시하며 인기 IP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7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새롭고 독창적인 게임 플레이를 가장 원칙으로 두고 스튜디오 투자와 크리에이티브 발굴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배틀 그라운드에 집중된 크래프톤의 포트폴리오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익스트랙션 역할수행게임(RPG)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비롯해 수중 서바이벌 어드벤처 게임 '서브노티카 2', 톱다운 이용자 간 전투(PvP) 슈팅 게임 '프로젝트 아크',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딩컴 투게더' 등이 대기 중이다.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의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버전 출시일을 내년 3월 28일로 확정했다. 인조이는 유럽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4'에서 한때 5시간이 넘는 체험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관심을 받는 게임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AI 인력 확보와 연구개발(R&D)에 누적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기술 트렌드에도 대응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게임에도 적극 사용한다. '크리스'(KRIS)라는 자체 개발 AI 시스템으로 사내에 분산된 여러 문서·이미지·비디오 등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대화형 시스템을 도입했다. 배틀그라운드와 인조이에 사람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 캐릭터 CPC(Co-Playable Character)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본부장은 “CPC 구현을 위해 지금까지 축적한 원천 기술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새로운 차원의 게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게임 이외의 신사업 분야로도 진출해 게임과의 시너지를 노린다. 이를 위해 숏폼 드라마 플랫폼 기업 스푼랩스에 1200억 원을 투자했다. 스푼랩스는 오디오 플랫폼 '스푼'을 개발해 전 세계에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으로, 최근 숏폼 드라마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전용 플랫폼 '비글루'를 출시했다. 크래프톤은 스푼랩스의 숏폼 드라마 IP를 게임으로 개발하는 것도 검토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