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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성 표준연구원장 "양자전환 통해 기술주도권 확보한다”[출연연 NOW]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미터·초 기본단위 측정 기술 보유..세계 5위권

세슘원자시계 개발…국제 표준시 정의에 기여

“광시계 기술 세계 3위…‘초’ 재정의 주도할 것”

측정·양자 기술 연결…양자컴퓨팅 개발 본격화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 27일 대전 본원에서 양자과학기술의 국가 주도권 확보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표준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앞으로 3대 게임체인저 기술 중 하나인 양자과학기술에 대한 국가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 ‘양자 전환(Quantum Transformation)’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7일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본원에서 서울경제신문을 만난 이호성 원장은 지난 50년 동안의 표준연의 성과와 앞으로 역할에 거침없이 설명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곳 가운데 하나인 표준연은 그동안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연구소였다. 당장 음주측정기의 측정표준이 없다면, 음주운전을 가리는데 시비가 끊이질 않을 것이고,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측정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팬데믹 대응도 혼란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실생활과 직결되는 미터(m), 킬로그램(kg), 초(s), 암페어(A)를 비롯한 가장 정확한 기본단위를 측정하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 표준연이다. 이런 표준연에서 양자기술 개발을 향후 최우선 연구과제로 설정한 것은 원자와 광(빛)을 이용한 측정능력과 경험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표준연 맏형…과학기술 표준을 만든 산증인


이 원장이 표준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갈 때 그가 연구원의 맏형일 뿐만 아니라 한국 과학기술의 표준을 만들어 온 산 증인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이 원장은 “패스트 팔로워에 그쳤던 대한민국 과학계가 앞으로 양자전환을 통해 퀀텀 점프 이상의 변혁을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터와 킬로그램과 같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본단위는 150년 전인 1875년 미터협약을 통해 국제적으로 확정됐다. 쉽게 말해 국사책에서 봤던 ‘도량형의 통일’을 글로벌 차원에서 확정한 것이다.

표준연이 출범한 것은 이보다 100년이 지난 1975년. 내년에 연구원 출범 50주년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측정능력은 세계 5위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100여 년이라는 격차를 한국 과학이 빠르게 추격해 현재는 세계 5위권의 측정기술 보유국이 된 것이다.

그 과정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슘원자시계’이다. 이 원장은 연구원 시절, 세슘원자시계를 주도적으로 개발해 대한민국의 시간표준을 확립했고, 이를 통해 국제표준시를 정의하는 ‘세계협정시(UTC)’ 설정에도 기여했다. 쉽게 말해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를 한국이 만들었다는 얘기다. 시간표준 연구가 시작된 1970년 후반을 회상하던 이 원장은 “원자시계를 만들어야 했지만, 당시 한국에는 이를 가르칠 사람도 연구하는 사람도 없어 일본에 가서 그 형태라도 보고 오는 수준이었다”며 “이 프로젝트는 30년 이상이 걸릴 일이었지만, 여러 요인으로 3년 만에 연구를 중단해야 할 위기 상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연구를 이어와 2008년 마침내 한국 최초의 세슘원자시계가 탄생했다. 300만 년에 약 1초 밖에 오차가 발생하지 않는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시계 ‘KRISS-1’를 개발해 낸 것이다.



그는 “2030년 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초에 대한 재정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표준연에서는 원자시계보다 훨씬 더 정확한 빛을 이용한 광시계를 개발했으며, 우리나라의 광시계 기술력은 세계 3위 안에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나라 측정기술로 시간표준 재정의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 27일 대전 본원에서 표준과학연구원의 역할을 설명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표준연


"양자국가전략센터로 진화…양자기술 글로벌협력 거점으로 도약할 것”


이 원장은 “가장 정밀한 측정표준을 연구하면서 30년 전부터 양자기술이 일상적인 연구주제로 자리잡았다”며 “과거 기술이전에 성공한 심자도 측정장비가 바로 양자역학을 활용한 대표적인 양자센싱 장비로 이러한 양자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측정역량을 바탕으로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팅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측정기술과 양자기술은 기본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원자시계를 예로 든 이 원장은 “원자시계 역시 원자의 양자적 특성을 이용해 만들어지며, 현재 표준연이 보유한 정밀 중력 측정기기인 양자중력계도 양자센싱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표준연에서는 초전도 뿐만 아니라 중성원자를 기반으로 한 양자컴퓨팅 개발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표준연은 한국 양자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국가양자정책 개발, 양자산업 생태계 구축, 국제협력에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표준연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양자국가전략센터’로 지정받아 운영 중이며, ‘양자컴퓨팅 소부장 스케일업 밸리 사업’을 대전시와 공동으로 주관하며 양자산업 육성을 주도적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올해 11월부터 ‘K-퀀텀국제협력본부’로 지정받아 양자과학기술 분야 글로벌협력의 거점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었다.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 27일 대전 본원에서 표준과학연구원의 역할을 설명하고있다. 사진제공=표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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