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기업이미지(CI)를 ‘한국산업은행’으로 교체한다. 민영화가 추진되며 붙였던 ‘KDB(Korea Development Bank)’ 로고를 떼고 최초 이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과거 추진하다 좌절된 민영화 흔적을 지우고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내년부터 기존 CI에서 뫼비우스의 띠를 형상화한 마크는 그대로 유지하되 KDB를 뗀다. KDB 자리에는 ‘한국’을 넣어 법상 은행명인 한국산업은행을 CI로 활용한다.
산은법에 명기돼 있는 산은의 공식 명칭은 한국산업은행이지만 그간 대내외 영업활동을 위한 별도 CI를 써왔다. 1954년 설립 이후부터 2005년까지는 법상 은행 이름인 ‘한국산업은행’을 CI로 사용했다. 이후 2005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영어 소문자 ‘kdb’를 붙이고 ‘한국’을 떼어내 ‘kdb산업은행’으로 CI를 변경, 2008년까지 사용했다.
2009년부터는 대문자 KDB를 붙여 최근까지도 사용한 ‘KDB산업은행’이라는 CI가 탄생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금융그룹 이미지 부각을 위해 만든 CI였다. 뫼비우스의 띠를 푸른색으로 형상화한 마크도 이때부터 공통으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산은뿐 아니라 전 계열사 이름 앞에 KDB를 붙이기로 하고 통합 CI를 선포했다.
산은이 CI를 교체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민영화 추진 계획을 철회한 이후 내부적으로 CI 교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CI는 민영화 추진 당시 산은금융 계열사 CI를 ‘KDB’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민영화가 좌절되면서 기존 CI 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는데 그간 바꾸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KDB산업은행의 경우 이름 내 같은 의미가 반복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KDB가 이미 한국산업은행이라는 뜻이므로 KDB산업은행은 ‘한국산업은행산업은행’이라는 동어반복 브랜드라는 것이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 앞에는 KDB가 붙은 것이 이해되지만 산은 앞에 붙이면 의미가 반복돼 대외적으로 다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고 말했다.
산은은 이번 CI 변경으로 본점 및 전국 영업점 간판, 사원증 등에 대한 교체를 준비 중이다. 산은은 최근 열린 대내외 행사나 공문 등에서 KDB산업은행이 아닌 한국산업은행 C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별도로 CI 변경 선포식은 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CI 교체 과정에서 각종 간판과 인테리어, 홍보 물품 등 교체도 불가피한 만큼 적지 않은 예산이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만 본점과 영업점 60곳, 정보기술(IT) 센터인 하남 KDB스퀘어 등 70곳의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한다. 산은은 최근 정부에 관련 예산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예산은 최대 수십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간판 교체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며 로비나 고객 응접실, 건물 옥상 광고 등 CI 교체 시 변경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산은을 제외한 KDB금융 계열사의 CI까지 변경될지는 미지수다. KDB금융 계열사로는 KDB캐피탈, KDB생명, KDB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산은 관계자는 “계열사 CI 교체와 관련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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