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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룸’ 체제 전환해 반도체 대수술… 이건희式 마하경영 부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전영현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임

경쟁력 강화위해 의사결정 간소화

빠른 사업 전개로 개발시간 당길듯

파운드리는 사장급 CTO 보직 신설

수주확대·수율 개선 시너지 기대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개최된 NRD-K 설비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회사가 ‘워룸’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총책임자인 전영현 부회장에게 위기에 빠진 메모리사업부장이라는 보직까지 맡기면서 전시 체제에서의 의사 결정과 맞먹는 속도감 있는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라이벌인 TSMC와의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는 약점으로 꼽혔던 고객 수주와 기술 고도화 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투톱’ 사장 체제를 구축한 것도 눈에 띈다.



◇전영현에 힘 몰아줬다…이건희식 ‘마하경영’ 부활=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의 핵심 인물은 전 부회장이다. 5월 DS 부문장으로 선임된 전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내정은 물론 메모리사업부장까지 맡는다.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DS 부문장이 회사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임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삼성전자가 전 부회장에게 힘을 몰아준 이유는 메모리사업부의 분위기를 전격 쇄신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에서는 절대 강자였던 메모리사업부는 최근 기술 경쟁력 문제를 겪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로 각광 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최첨단 D램인 10나노급 6세대(1c) 제품에서 업계 2위 SK하이닉스의 추격을 허용했다. 특히 HBM(HBM3E) 사업은 경쟁사와 1년 이상 벌어진 기술 격차를 올해도 좁히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을 탈환하려면 개발 시간을 앞당기거나 의사 결정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판단해 전 부회장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 부회장 인사가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2014년 내세웠던 ‘마하경영’과도 닮아 있다고 평가한다. 마하경영은 제트기가 음속(1마하=초속 340m)을 돌파하려면 설계도는 물론 엔진·소재·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는 것처럼 삼성이 혁신하려면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뜻을 담아 이 선대회장이 강조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반도체가 잃어버린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기존의 틀을 깨서 분위기 쇄신을 해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생각이 반영된 인사”라고 분석했다.

전 부회장은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맡고 있었던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도 겸임하며 미래 메모리 경쟁력을 도모하는 데까지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삼성전자 내부에서 ‘반도체 전략통’으로 불리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김용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DS 부문에 신설된 경영전략담당 자리로 옮겨 전 부회장을 보좌한다. 김 사장은 HBM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와의 협력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는 ‘투톱’ 체제…고객 수주 및 기술 고도화 시너지=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파운드리 부문장도 교체했다. 새로운 사장 승진자인 한진만 사장이 총괄하게 됐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한 사장은 1989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팀에서 경력을 시작해 2022년부터 DS 부문 미국법인(DSA)을 총괄했다. 한 사장을 선임한 배경은 파운드리 사업부의 문제로 지적된 고객사 수주를 보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 사장은 미국 총괄을 경험하면서 쌓은 북미 지역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국 ‘빅테크’ 기업의 파운드리 수주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물도 전진 배치했다. 파운드리사업부에는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해 힘을 실었다. 파운드리 CTO는 남석우 사장이 맡는다. 남 사장은 반도체 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 개발을 주도한 반도체 공정 개발 및 제조 전문가다. 이번에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에서 자리를 옮겼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수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는 기술 경쟁력 개선과 함께 고객 수주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이 회장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 사업의 육성 의지를 드러낸 만큼 그의 의지가 사장단 인사에 녹아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시스템 실적 부진으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던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조직이 대폭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연구소 수장인 송재혁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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