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여파로 재무 상태가 악화된 무궁화신탁에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영개선 명령은 재무 건전성이 나빠져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금융 회사에 내리는 적기 시정조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의 조치다. 무궁화신탁은 이번 경영개선 명령 부과에 따라 유상증자 등 자체 정상화, 제3자 인수 등을 추진하고 이를 반영한 경영개선 계획을 내년 1월 24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무궁화신탁은 총14곳의 국내 대형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매출 기준 6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금융위가 무궁화신탁에 최고 수준의 시정조치를 요구한 것은 이 회사가 지난 2022년 하반기 PF 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그간 무궁화신탁을 재무 구조가 가장 취약한 신탁사로 분류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8월부터 검사한 결과 올 9월말 기준 무궁화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69%로 경영개선 명령 기준인 100%에 크게 못 미쳤다. 무궁화신탁은 이에 앞서 지난 3분기 기준으로 NCR이 125%라고 공시한 바 있다. 당국은 NCR이 150%에 미달하면 경영개선 권고를, 120%에 못 미치면 경영개선 요구를, 100%도 안 되면 경영개선 명령이 각각 내린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계기관 대응반을 통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을 이행할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도 과감하게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부동산신탁사의 고유 계정과 신탁 재산은 도산 절연돼 있어서 무궁화신탁의 정상화 작업이 부동산 PF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도산 절연은 기업이 파산하거나 회생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투자자들의 자산에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다. 현재 무궁화신탁 고유 계정 정상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동산 PF 사업장은 총 67개다. 무궁화신탁이 공사 중인 사업장 가운데 분양이 진행돼 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6개, 1378호다. 이 가운데 5개 사업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에 가입했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매입 약정을 맺은 상태다.
금융위는 나아가 신탁사가 직접 사업비를 조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에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질 경우 원도급사와 협력업체에 금융권 신속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채권은행이 공동으로 해당 중소기업에 만기 연장, 상환 유예, 금리 인하 등을 신속히 지원한다.
금융위는 또 다음 달부터 저신용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에 부동산 신탁사를 포함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무궁화신탁을 제외한 부동산 신탁사 13곳의 평균 NCR은 지난 9월 기준 537.3%로 규제 수준인 150%를 크게 웃돈다”며 “무궁화신탁 경영개선 명령 부과는 개별 회사 특유의 취약성에 국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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