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원을 투자받았는데 연 복리 15%를 적용해서 12억 원을 갚으라고 하네요. 아이들 3명과 함께 살고 있는 아내 명의의 아파트마저 가압류된 상황입니다.”
최근 벤처·스타트 업계에서는 프롭테크 기업 어반베이스와 신한캐피탈의 법률 분쟁이 화제다. 경영 악화로 회생 신청을 한 어반베이스를 대상으로 신한캐피탈이 투자금 회수에 돌입한 것이 발단이 됐다. 어반베이스는 2017년 5억 원을 투자받았지만 연 15% 이율을 적용한 12억 원을 회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가 상환 이익이 없어 투자금 반환을 못 하게 되자 신한캐피탈은 연대책임 조항을 적용해 창업자의 주택을 가압류했다.
해당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인 올 9월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와 관련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하 대표의 안타까운 상황과 별개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와 같은 고통을 겪는 사례가 주변에 널려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이후 업계 관계자들과 얘기해보니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줄폐업이 이어지면서 10%가 넘는 채무 이자에 시달리는 창업자가 적지 않다는 전언을 들을 수 있었다.
어반베이스는 한때 유수의 투자사들로부터 220억 원을 투자받은 촉망받던 스타트업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어반베이스는 삼성·한화와 같은 대기업과 메이저 벤처캐피털 등이 주요 투자자여서 한 곳에서만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당하는 행운(?)을 누린 것일지도 모른다. 중소형 벤처캐피털이나 영세한 액셀러레이터 등에 시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처한 소송 리스크는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자의 연대보증 책임을 제외해주는 법이 2022년 통과되는 등 제도적 개선이 꾸준히 이뤄졌음에도 정작 벤처·스타트업 투자자들은 후진적 투자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결실만 탐하고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창업자에게 떠넘긴다면 그걸 투자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땅 짚고 헤엄치는’ 투자 관행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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