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인공지능(AI)폰 경쟁이 AI 모델과 기능을 넘어 이를 구동할 두뇌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술 경쟁으로 확전됐다.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부품을 두고 퀄컴 같은 외부 공급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칩 비중을 키우겠다는 게 업계 트렌드다.
28일 해외 정보기술(IT) 매체들에 따르면 화웨이의 칩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올 3분기 800만 대의 칩을 출하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1%의 성장세로 삼성전자(1700만 대)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7나노 칩 ‘기린9000s’를 탑재한 ‘메이트60’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활에 성공한 데 이어 26일(현지시간) 후속작 ‘메이트70’와 폴더블폰 ‘메이트X6’를 내놓으며 자립도를 한층 높였다. ‘기린8000’ 등 중저가 칩 판매도 늘렸다.
또 샤오미는 차기 스마트폰용 칩을 자체 설계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달 말 ‘샤오미15’를 포함해 매년 플래그십(주력제품)에 퀄컴의 최신형 칩을 업계 최초로 탑재할 정도로 긴밀히 협력 중이지만 앞으로는 경쟁자로서 기술 자립을 꾀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샤오미가 3나노(㎚·10억 분의 1m) 공정용으로 자체 설계 칩을 파운드리 업체에 넘기는 테이프아웃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삼성전자도 상용화하지 못한 3나노 칩에서 샤오미가 앞설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칩 ‘엑시노스2500’을 내년 1월 ‘갤럭시S25’ 출시 일정에 맞추지 못한 대신 반년 뒤인 7월 폴더블폰 시리즈 최초로 ‘갤럭시Z플립7’에 탑재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전날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반도체 사업 쇄신에도 나섰다.
애플은 첫 AI 아이폰 ‘아이폰16’용으로 신경망처리장치(NPU) ‘뉴럴링크’ 성능을 크게 높인 ‘A17 프로’, 아이패드용 ‘M4’와 함께 역시 그래픽처리장치(GPU) 코어 수를 M4 대비 2, 4배로 늘린 ‘M4 프로’와 ‘M4 맥스’를 최근 공개하며 AI 반도체 경쟁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구글은 8월 첫 AI폰 ‘픽셀9’에 ‘텐서 G4’를 넣었다.
화웨이뿐 아니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재 영향권에 들지 않은 업체들도 AI폰 칩을 자체 수급하는 각자도생 양상이 눈에 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칩 수급을 내재화하면 비용 자체를 줄일 뿐더러 비용도 전사 차원에서 보전되는 셈”이라며 “AI폰은 제조사별로 주력하는 기능과 이에 필요한 연산 자원도 다르기 때문에 자체 칩이 최적화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가 부담의 경우 샤오미는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의 가격 인상으로 샤오미15의 출고가를 전작 대비 12.5% 인상했으며 업계 전체의 평균 스마트폰 가격(ASP)도 올 3분기에 역대 최고인 349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MX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5% 감소했다.
이 같은 칩 자립 경쟁은 AI 고도화에 맞춰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4에 탑재한 생성형 AI 모델 ‘가우스’의 후속 ‘가우스2’를 21일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코리아 2024’에서 공개했고 오픈AI와도 GPT 탑재 관련 협력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샤오미는 샤오미15와 함께 ‘하이퍼AI’를 내장한 운영체제(OS) ‘하이퍼OS2’를 출시했고 화웨이도 ‘하모니OS넥스트’를 통해 삼성전자처럼 PDF 문서 요약 같은 폴더블폰 특화 기능을 구현한 AI 비서 ‘샤오이’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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