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메탄올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술을 먹고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해당 숙박업소 관계자 8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사건 진행 상황이 불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AFP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라오스 경찰은 전날 유명 관광지 방비엥의 '나나 백패커스 호스텔' 매니저 겸 바텐더 즈엉득토안(34)을 포함한 직원 8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모두 베트남 국적자이며 나이는 23~44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3일부터 22일 사이 해당 호스텔에 투숙하던 외국인 관광객 6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사망자는 덴마크인 2명, 호주인 2명, 미국인 1명, 영국인 1명으로 미국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다. 비슷한 증상을 보인 다른 투숙객 12명도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스텔 바에서 제공한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으며 체내에서 고농도 메탄올이 검출되면서 주류에 메탄올이 함유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메탄올은 공업용 알코올의 일종으로 술의 주 성분인 에탄올과 냄새가 유사하나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다. 섭취 시 급성 중독 및 두통·현기증·구토·복통·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술의 양과 도수를 높이기 위해 값싼 메탄올을 불법 첨가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호스텔 관계자들은 불법 주류 제공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매일 저녁 투숙객에게 라오스산 보드카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해왔으며 사망 사건이 발생한 날에도 100여 명이 술을 마셨으나 대부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라오스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첫 사망자가 발생한 후에도 호스텔이 9일간 영업을 계속했다고 보도했다. 호주방송협회 역시 “언론이 엄격히 통제되는 일당독재 공산주의 국가 라오스는 사망 사건 정보를 매우 제한적으로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라오스 정부는 각국이 자국민 사망 사실을 공개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사건을 인정했으며 관계자 체포는 그로부터 사흘이 더 지난 후에야 이뤄졌다.
일당독재 공산주의 체제인 라오스는 언론 통제가 엄격해 사건 관련 정보가 매우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현지 주요 매체들은 정부 발표 내용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피해자의 동선과 사건 상황 등 구체적인 사건 경위는 피해자의 국적 언론을 통해서만 알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peacha@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