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월에 이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금리는 올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여전히 최고 6%에 육박하고 있다. 가계부채 상승세가 어느 정도 잡힌 만큼 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이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28일 3%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날인 27일(3.092%)과 비교해 하루 만에 0.092%포인트나 뚝 떨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전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깜짝 인하’하자 이를 반영해 (시중금리가) 크게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전날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성장 경로 불확실성이 높아져 기준금리 추가 조정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만큼 은행채 금리는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 전망이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거의 멈춰 있는 수준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는 전날 기준 3.57~5.97%로 이달 초(3.75~6.15%)에 비해 상·하단이 0.18%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5대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7월 이후 총 26회나 올린 가산금리를 그대로 둔 영향이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 차가 10월 1.036%포인트로 26개월 만에 1%포인트를 넘어선 배경이다.
정치권에서는 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대출금리를 서둘러 인하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가계·소상공인 등에 전달되도록 은행이 자체 대출금리를 높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통해 시중은행 금리 상황을 체크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과도하게 큰 예대마진과 그로 인한 국민 부담을 감안할 때 대출금리 인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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