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코스피 지수는 끝내 2450선으로 후퇴했다. 다음 달에도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코스피 지수는 2455.91로 22일(2501.24) 대비 45.33포인트(1.8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22일 677.01에서 29일 678.19로 1.18포인트(0.17%) 상승했다.
이달 25일부터 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각각 3719억 원, 8753억 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1조 7195억 원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도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1516억 원, 2368억 원 순매수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3320억 원 순매도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번 주 내내 2500선을 웃도는 흐름을 보이다가 29일 하루에만 2% 가까이 빠지면서 2450대로 후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하면서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다만 네이버 등 소프트웨어 업종은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선 상승 종목이 171개, 하락 종목이 727개로 대부분 종목이 하락했다. 미국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이슈와 함께 국내 경기 부진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마무리 될 수 있다는 신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의 관세 우려가 부각되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주 주가가 부진한 만큼 관련 리스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관세 인상,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추방,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 트럼프 2기 정책 대부분 인플레이션 강화 요인이다. 이에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익률을 높여 글로벌 주식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증권사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경감 등을 증시 상승 요인으로 분류했다. 반면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 리스크는 하락 요인이라고 봤다. NH투자증권은 이에 따라 다음 주 코스피 지수 예상 범위를 2430~2550으로 제시했다. 다음 주에 관심을 둘 만한 업종으로는 통신, 인터넷, 건설, 엔터테인먼트, 제약 바이오를 꼽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캐비닛 인선은 무역 갈등 등 트럼프 2기 리스크를 지속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서는 미국 외 분야에서 기회를 엿봐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에 대응한 금리 인하임을 명확히 한 만큼 내수 부진으로 침체돼 있는 업종 중 개선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12월 코스피 지수를 2350~2650포인트로 제시했다. 코스피 지수를 적정 주가순자산비율(P/B) 1배로 환산하면 2950포인트이나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인 만큼 과거 미중 무역 분쟁 시기인 0.8~0.9배를 적용한 결과다. 이달 22일(2501.24) 기준 코스피는 0.83배 수준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가 P/B 0.9배 이하에선 매수에 나서 하방 경직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