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폭이 지난달 처음으로 은행권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출 수요가 대출 문턱을 높인 은행에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11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4조 원대 중반 수준으로 늘어났다. 6월 4조 2000억 원 증가 이후 5개월 만에 4조 원대로 축소된 것이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8월 3년 1개월 만에 최대 폭인 9조 8000억 원 늘어 정점을 찍은 뒤 9월(5조 2000억 원), 10월(6조 6000억 원) 등으로 증가 폭이 둔화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조이면서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10월(3조 9000억 원)에 비해 반토막이 난 반면 2금융권은 3년 만에 최대 폭이었던 10월(2조 7000억 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로써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2년 8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은행권을 웃돌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이 경영 목표 때문에 최대한 많이 가계대출을 조이는 과정에서 전체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가계대출 수요가 일정 부분 2금융권으로 가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이들을 위해 받을 수 있는 길은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지난달부터 2금융권에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압박함에 따라 상호금융권과 카드·캐피털사들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달(각각 9000억 원)에 비해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은 내년에도 가계대출 증가 폭을 경상성장률 내에서 관리한다는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은행권과 2금융권 등 업권별로 가계대출 취급 계획을 연간은 물론 분기·월별로 제출받을 계획이다. 또 다른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권 전체에 대해 내년에도 분기별·월별 가계대출 취급 계획을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내년 전체에 걸쳐 증가 속도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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