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속에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편관세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수출 동력이 더 약해질 수밖에 없어 내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한 563억 5000만 달러(약 78조 6900억 원)로 집계됐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플러스로 전환된 후 1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입은 507억 4000만 달러로 2.4% 감소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56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18개월째 플러스를 유지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1년 전과 비교해 30.8% 급증한 125억 달러를 찍었다. 11월 기준 역대 최대다. 컴퓨터(122.3%)와 선박(70.8%), 바이오헬스(19.6%) 등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중남미, 중동, 독립국가연합(CIS)으로의 수출이 증가한 반면 미국(-5.1%)과 인도(-4.1%), 중국(-0.6%) 등으로의 수출은 감소했다.
문제는 최근 흐름이다. 월별 수출 증가율은 7월 13.5%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10.9% △9월 7.1% △10월 4.6% 등을 거쳐 이달 1%대까지 4개월 연속 내림세다. 일평균 수출 증감률도 큰 틀에서 하락하고 있다. 1분기 8.9%였던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2분기 10.9%, 3분기에는 10.4%로 두 자릿수였지만 10월 -0.2%로 역성장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6% 성장에 그쳤다.
지난달 15개 주력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석유제품(-18.7%)과 석유화학(-5.6%) 같은 유가에 영향을 받은 품목이 수출 단가 하락과 함께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13.6% 감소한 56억 달러에 그쳤다. 산업부는 “주요 자동차 부품 업체의 파업과 부품 공급 차질로 자동차 생산량이 줄었고 기상 악화의 영향으로 수출 차량 선적도 지연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대미 수출 실적 감소에도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대미 무역흑자가 492억 8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444억 달러를 돌파했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확대하는 쪽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무역흑자 확대에 트럼프 행정부의 1차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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