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쟁국들은 자국 데이터센터(IDC)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책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세제 혜택을 늘리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IDC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IDC 산업 육성을 위해 ‘동수서산(東數西算)’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동수서산은 ‘동쪽의 데이터를 서쪽에서 처리한다’는 의미로 중국의 서부 지역에 대규모 IDC 클러스터를 건설해 동부의 데이터 수요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이다. 해발고도가 높아 날씨가 서늘한 구이저우성은 IDC 발열을 자연적으로 줄이는 천혜의 지역이 됐다. 애플·퀄컴·인텔 등 빅테크들이 중국 서부 지역에 IDC를 구축한 지 오래다. 중국 당국은 해당 정책을 통해 향후 연 4000억 위안(약 77조 5800억 원) 상당의 민관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국가라는 특수성 탓에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싱가포르의 경우 좁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빅테크들의 IDC를 끌어들이고 있다. 아시아 최대 해저 케이블을 보유해 연결성 측면에서 압도적인 인프라와 함께 17%에 불과한 법인세 혜택도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처로 싱가포르를 선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빅테크들의 본산인 미국의 주정부들도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IDC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컴퓨터 장비 구매 및 IDC 사용료에 대해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를 5년간 면제해준다. 워싱턴주는 농촌 지역 IDC에 대한 판매세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해 6곳의 카운티에 15개 이상의 IDC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김문태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이뤄지고 자연재해가 적어 IDC 입지로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관련 산업 연계 등을 통해 IDC 산업 활성화를 꾀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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