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충격이 아직 회복되기도 전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코스피 지수가 끝내 2450선으로 후퇴했다. 11월 한 달간 무려 3.92% 하락한 가운데 이달에도 미국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코스피 지수는 2455.91로 22일(2501.24) 대비 45.33포인트(1.8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22일 677.01에서 29일 678.19로 1.18포인트(0.17%) 상승했다.
이달 25일부터 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 투자가와 기관 투자자가 각각 3719억 원, 8753억 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외국인 투자가는 1조 7195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 시장도 개인과 기관이 1516억 원, 2368억 원 각각 순매수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3320억 원 순매도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번 주 내내 2500선을 웃도는 흐름을 보이다가 29일 하루에만 2% 가까이 빠지면서 2450대로 주저앉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높아지자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다만 관세에서 자유로운 네이버 등 소프트웨어 업종은 강세를 나타냈다.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됨과 동시에 지난달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투자 심리도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이슈와 함께 국내 경기 부진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마무리 될 수 있다는 신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관세 우려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주 주가가 부진한 만큼 관련 리스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관세 인상,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추방,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 트럼프 2기 정책 대부분 인플레이션 강화 요인이다. 이에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익률을 높여 글로벌 주식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삼성증권(016360)은 이러한 요인으로 코스피지수는 2400선 초반에서 하방 지지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 8월 초 블랙먼데이와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두 번의 급락 구간에서 확인된 저점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반
도체, 2차전지, 자동차 등 우리 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들이 미국 통상 정책의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즉각적인 반등 또한 쉽지 않은 모양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에서 믿을 만한 버팀목은 하방 지지력 밖에 없다”며 “미국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를 감안해도 최근 하락은 과도하기 때문에 현재는 역사적 저점 밸류에이션에 근거한 역발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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