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투자를 확대한 사실을 재무제표에 실제로 반영했는지 감사인이 검토하는 ‘회계감사기준서(ISA) 720’ 도입이 다시 추진된다. 하지만 재계는 국내 실정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사인 역할이 확대될수록 감사 시간과 비용 확대로 기업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도입을 최대한 연기해야 한다며 반발에 나선 모습이다.
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ISA 720 도입 방안을 재추진하고 있다. ISA 720은 감사인이 사업보고서상 재무제표와 ESG 공시 등 기타정보 사이에 불일치가 있는지 확인하고 감사보고서에 중요한 왜곡표시 여부를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한공회는 이달 중 내부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회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2026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회계업계에선 ESG 공시 도입을 앞두고 ISA 720 적용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SG 공시가 단순한 비재무적 정보가 아니라 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투자 등 형태로 재무제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SG 정보가 사업보고서 기타정보를 통해 공시될 경우 신뢰를 높이기 위해 감사인이 중요한 왜곡 표시나 재무제표와의 불일치 여부를 파악하는 건 필수라는 입장이다. 한공회 관계자는 “감사인이 감사보고서가 신뢰할 만한 정보와 함께 작성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기본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당 내용은 국제회계기준으로 의무 적용 대상이나 그동안 사업보고서 제출 일정 문제로 도입이 미뤄졌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이후에나 사업보고서가 나와 감사인이 현실적으로 이를 검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2021년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업보고서 제출 일정이 주주총회 일주일 전으로 앞당겨지면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다만 주기적 지정제 확대, 표준감사시간제 등 당시 회계개혁과 맞물리면서 기업 부담이 커지자 재차 연기했다. 한공회 측은 상법 시행령이 개정된 지 3년 지난 만큼 재도입을 논의할 시기가 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업들은 여전히 부담을 호소하면서 ISA 720 도입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감사인이 기타정보를 입수해 재무제표와의 불일치 여부를 파악하려면 기업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주기적 지정으로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어려움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장기간 동일 회계법인으로부터 연속 감사를 받는 해외 사례와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감사인이 기타정보를 입수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사시간 증가와 이로 인한 감사보수 상승도 부담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주총 개최 전에 사업보고서를 주주에게 통지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책임소재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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