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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두둑한 PEF, M&A 시장 폭풍매수…2027년까지 거래 쭉 늘어난다” [시그널]

“드라이파우더 대거 풀려…대기업 해외자산·카브아웃 매물 늘 것”

“PEF 간 거래 증가 자연스러워, SI 업황 회복 전까지 빈자리 메워”

“올 하반기 연간 M&A 거래의 75% 집중…시장 회복세 본격화”

“CVC·TPG 등 글로벌 PEF, 수십억 달러 규모 아시아펀드 조성”

“소프트웨어·환경·K컬처 등 유망…반도체 첨단소재 눈여겨 봐”

폴 디자코모 BDA 파트너스 글로벌 PEF 부문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BDA파트너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내년부터 인수합병(M&A)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금리 하락과 미국 대선 불확실성 해소로 2026~2027년까지 M&A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폴 디자코모 BDA파트너스 글로벌 PEF 부문 대표는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BDA파트너스 서울사무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28~29일 이틀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국내 주요 LP(기관투자자)와 GP(운용사) 6~7곳을 만나며 한국 M&A 시장 분위기를 살폈다.

디자코모 대표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시장이 부진했으나, 하반기 들어 한해 전체 거래의 75%가 집중될 만큼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 회복의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PEF(사모펀드)들의 드라이파우더(미집행약정액) 증가다. 둘째는 금리 하락 추세다. 마지막으로 미국 등 주요국 선거 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높은 이자 부담으로 자금 집행을 하지 못했던 PEF들이 쌓아둔 드라이파우더를 풀어내는 데만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자코모 대표는 글로벌 PEF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도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CVC캐피탈파트너스, TPG, EQT 등 글로벌 PEF들이 올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바이아웃 펀드를 조성했고, 블랙스톤도 최소 100억 달러(약 13조 9700억 원) 규모의 아시아 펀드를 준비 중”이라며 “향후 5년간 PEF가 M&A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BDA파트너스는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해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최근에는 15년 경력의 세컨더리 딜(PEF 간 거래) 자문 전문가인 도미닉 웨스너 전무를 영입하고 PCA(Private Capital Advisory)팀을 신설했다. 디자코모 대표는 “현재 자문 거래의 70~80%가 PEF 관련”이라며 “향후 이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대기업들의 해외 자산 매각과 카브아웃(사업부문 분사)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가 인도 법인 두산파워시스템즈인디아(DPSI)를 현지 부동산업체 카사그란드(Casagrand Builder)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디자코모 대표는 “대기업의 1차 구조조정 대상은 해외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는 본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이미 PEF를 구조조정 파트너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SK렌터카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일본에서도 파나소닉이 자동차 사업부를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매각하는 등 대기업의 카브아웃 거래가 늘고 있다.

그는 PEF가 선호하는 매물의 기준도 제시했다. “기존 모회사와의 장기 계약으로 안정적 매출이 보장되는 자산이나, 대기업 편입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인건비·브랜드 사용료를 절감할 수 있는 자산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 위축된 사업을 PEF가 인수해 약간의 개편만으로도 외형 성장이나 마진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급속도로 높일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며 “폐기물 산업이 PEF 주도로 업체간 통합이 이뤄진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약 개발 같은 고위험 산업이나 2차전지 등 정책 불확실성이 큰 산업은 선호도가 낮다”고 덧붙였다. “애니멀 스피릿(야성적 충동)이나 기업가정신이 요구되는 자산보다는 LP가 쉽게 사업모델을 이해할 수 있고 향후 잠재 성장성을 보유한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PEF간 거래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디자코모 대표는 “SI(전략적 투자자)는 반도체, 2차전지 등 주요 산업 침체와 정책 불확실성으로 현금 보유와 자산 유동화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SI가 호황기에 접어들면 PEF와의 거래가 늘어나는 등 양측이 공생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수처리 기업 컬리건(Culligan)은 PEF간 거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04년 베올리아로부터 클레이턴 더빌리어 앤 라이스가 인수한 이후 센터브릿지파트너스(2012년), 어드벤트인터내셔널(2017년), BDT캐피탈파트너스(2021년) 등 PEF간 거래가 연이어 진행됐다. 디자코모 대표는 “이러한 P2P(PEF간 거래) 형태는 주로 해외PEF가 로컬PEF에게 매각하거나, 로컬PEF가 해외PEF에게 매각하는 형태로 LP가 겹치지 않는 거래가 많이 성사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형 거래 증가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그는 “KKR, 아폴로 등 글로벌 펀드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3~4조원 규모의 거래도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PEF의 해외 자금 유치 전략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디자코모 대표는 “대부분의 GP가 해외 LP 유치를 원하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세컨더리 딜이나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해 해외 LP와의 접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향후 유망 분야로는 소프트웨어와 환경 관련 산업, K-푸드, K-뷰티를 꼽았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SI가 주로 관심을 보이던 소프트웨어 분야에 이제는 PEF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IT 관련 이해도가 높은 스카이레이크캐피탈 등이 소프트웨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 첨단 소재 기업들도 주목받을 것”이라며 “수처리, 기후 등 순환경제 관련 산업도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폴 디자코모 BDA 파트너스 글로벌 PEF 부문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BDA파트너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폴 디자코모 BDA 파트너스 글로벌 PEF 부문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BDA파트너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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