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업계에선 유예 기간동안 충분한 논의를 통해 과세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자는 정부와 여당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유예 관련 부분은 깊은 논의 끝에 추가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며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미 두 차례 연기됐던 가상자산 과세는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주요 내용은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기본 공제금액(25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투자자에게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가상자산 과세를 오는 2027년으로 미루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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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회에서는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여당과 내년 즉시 과세를 주장하는 야당이 팽팽히 맞섰다. 시행을 두 달 앞둔 지난달엔 여야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소득세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조세소위원회가 열리지 않기도 했다.
민주당의 입장 선회는 청년층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의 절반 이상(58%)은 30·40대다. 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 입장을 고수하자 지난달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코인(가상자산) 과세 유예 요청'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5일 “가상자산은 청년들의 투자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청년들의 가상자산 투자를 투기로 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산 형성, 희망에 대한 도구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과세 유예가 결정된 후에는 페이스북에 “청년을 위해 좋은 일이며,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업계도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가 유예되면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의 합의를 환영하고 유예 기간 동안 현행 과세 제도의 보완점을 충분히 논의해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세 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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