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첫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에이블리는 신주 기준 3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최근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 원 규모의 첫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고 자금을 납입받았다. 알리바바는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구주와 새로 발행된 신주를 합쳐 5% 안팎의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 유치 작업이다 보니 프로세스가 길어졌지만 협상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플랫폼의 빠른 성장세와 지난해 흑자 전환을 포함해 성과 지표가 좋은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에이블리측은 이번에 신주 기준 3조 원 가량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9000억 원대 가치를 인정받은 2022년 1월 ‘프리 시리즈C’ 단계에 비해 세 배로 불어난 셈이다. 기존 투자자들의 구주 매각은 약 1조 2000억 원으로 매겨진 기업 가치에 기반해 이뤄졌다. 국내에서 몸값 1조 원 이상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이 나온 건 지난해 12월 네이버 ‘크림’ 이후 1년 만이다.
에이블리는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요인으로 K패션의 세계화와 해외 판로 개척을 꼽았다. 향후 회사 측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해외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000억 원대 추가 유치를 모색할 계획이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에서도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유니콘 기업이 되는 데 성공하며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투자는 자금 수혈이 필요한 에이블리와 한국 e커머스에 눈독을 들이는 알리바바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3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누적 손실 탓에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알리바바 입장에서는 국내 e커머스 지분을 확보한 첫 사례다. 알리바바는 앞서 11번가·무신사·오늘의집·발란 등 국내 플랫폼 다수와 투자 목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