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업무권역(CBD)의 랜드마크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SFC·사진) 빌딩 매각 입찰에 국내 운용사 대 외국계의 대결 구도가 펼쳐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2000년 싱가포르투자청(GIC)에 3500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된 후 20여년 만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IC와 매각 주관사인 CBRE코리아는 이날 SFC 매각 입찰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코람코자산운용이 각각 입찰에 참여했다. 국내 1·2위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와 마스턴도 입찰 여부를 두고 끝까지 저울질했지만 불참으로 가닥을 잡았다. 외국계는 벤탈그린오크(BGO)가 입찰에 참여했다. BGO는 북미에서 가장 큰 부동산 투자사 중 한 곳으로 글로벌 펀드 규모 기준 10위 안에 드는 운용사다. 지난해 이든자산운용이 보유한 판교 테크노밸리 GB-Ⅰ·GB-Ⅱ 타워의 수익증권 100%를 3850억 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국내 업체 두 곳과 외국계 한 곳의 3파전이 펼쳐진 것이다.
코람코는 이번 SFC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는 전언이다. 리츠를 담당하는 코람코자산신탁과 펀드 중심의 코람코자산운용이 따로 도전장을 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탁과 운용은 기관투자자(LP) 풀도 달라서 이해 상충 문제에서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의 경우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은 펀드) 내 잔여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금)와 국내 보험사 출자로 투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고 코람코자산운용은 국내 연기금, 외국계 펀드 등 국내외를 통틀어 인수 구조를 짠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이 쏠리는 건 예상 인수가다. 동원 가능한 자금력 자체로는 외국계가 우세하지만 인수 의지가 높은 코람코 측에서 크게 ‘베팅’했을 수도 있단 관측이 나온다. SFC는 광화문역에 인접한 지하 8층~지상 30층 연면적 11만 9646㎡ 규모 오피스 빌딩이다. 현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 노무라증권, 블랙록자산운용 등 유수의 외국계 금융기업이 입주해 있는 초우량 빌딩이다. 시장에서는 3.3㎡당 3000만 원 후반~4000만 원 초반, 총 자산 가치는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0년 GIC가 인수한 금액(3500억 원)과 비교하면 25년 만에 1조 1000억 원 넘는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SFC 매각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내년부터 4년 동안 광화문 일대 도심업무지구(CBD)에 총 48만 평 규모의 대규모 오피스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오피스 물량 공세가 이어지며 CBD의 공실률이 치솟을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SFC 등 핵심 자산이 매물로 나오는 이유도 CBD 오피스 공급 과잉에 앞서 이익을 실현하는 움직이라는 해석이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GIC도 CBD에 보유한 빌딩을 팔고 강남 권역(GBD) 빌딩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수요는 높은데 공급이 제약된 GBD가 여러모로 CBD보다는 매력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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