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용수 공급 문제를 놓고 여주시와 3년가량 평행선을 달렸다. 여주시가 용수 공급 시설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며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원을 찾는 것도 과제였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일반산업단지 내에 위치해 있어 용수 관로 설치에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됐다. 국가산업단지는 정부 차원에서 상당 부분 비용을 대지만 일반산단은 그렇지 않다. 이 과정에서 물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투자비를 늘려 일반 산단에도 용수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반도체 같은 국가전략산업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3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국가산단과 일반산단 모두에 용수를 공급하는 통합 용수 공급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삼성전자 국가산단 공급용인 기존의 취수 관로를 복선 관로(42.4㎞)로 바꿔 SK하이닉스가 있는 일반산단에도 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복선 관로는 양방향 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한 관로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관로를 쓸 수 있어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게 된다.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은 “반도체 산업의 기초 체력과 같은 안정적 물 공급을 통해 국가전략산업의 미래가 걸린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원팀이 돼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사업 과정에서 투자비를 대폭 늘렸다. 통합 용수 공급 사업으로 공사의 투자비는 당초 1조 2320억 원에서 1조 4808억 원으로 2488억 원 늘어나며 20% 넘게 급증했다. 국가산단은 공사 측에 용수 공급 의무가 있지만 일반산단은 법적 근거나 의무가 없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핵심 산업 지원을 위해 투자비 확대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기업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SK하이닉스의 투자비는 7866억 원에서 2408억 원으로 무려 5458억 원 감소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사업비를 353억 원 아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9월 ‘산업단지 지원에 관한 운영 지침’을 개정해 공사가 일반산단에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10월에는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해 사업을 뒷받침했다. 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물 공급은 환경부의 업무이지만 산업단지 관련 법의 주무 부처는 국토부로 부처 간 경계를 넘는 협업이 필요한 여건이었다”며 “관계부처가 협력해 법적 근거를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투자비 절감도 중요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하루 용수 수요량은 133만 7000㎥에 달한다. 반도체 산업은 전통 제조업 대비 평균 4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 12인치 반도체 웨이퍼 생산 1장당 7톤 이상의 물이 들어간다. 그만큼 물이 핵심 요인이다.
SK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구축 중인 하루 26만 5000㎥ 규모의 용수 공급 사업을 제외하면 국가산단에 76만 4000㎥, 일반산단에는 30만 8000㎥의 용수가 매일 공급돼야 한다. 이는 300만여 명의 하루 급수량에 해당하는 양으로 단일 규모로는 용수 공급량과 사업비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통합 용수 공급 사업을 통해 반도체 업체들은 비상시에도 걱정하지 않고 물을 쓸 수 있게 됐다. 특히 반도체 산단 수로는 1600만 명에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수도권 광역 상수도망과도 연계돼 있다. 기업들은 품질이 보장된 초순수 용수도 확보했다. 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웨이퍼 세척의 필수재이지만 외산 기술로 공급하고 있는 초순수 역시 국산 기술로 공급해 무역장벽에도 안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SK하이닉스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2030년 국가산단에 하루 31만㎥를 공급하는 1단계 사업이 완료돼 2031년부터 용수를 공급하게 된다. 이후 2034년 국가산단에 하루 45만 4000㎥와 일반산단에 30만 8000㎥를 공급하는 2단계 공사가 완료돼 2035년부터 공급이 시작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