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언 여파로 정국이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국가 과학기술 전략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AI 분야 G3(3대 강국)가 되겠다는 목표로 AI기본법 제정 등을 추진해왔지만 당장 국회 협조는 물론 정권 유지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의 대통령 탄핵 추진으로) AI기본법 등 법안 처리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탄핵소추안이 발의된다고 해도 인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여야가 그 사이에 민생 법안들은 빠르게 처리하기로 합의할지 두고봐야 한다”고 전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아침 긴급 의원총회 결의문을 통해 “윤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지 않으면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야 합의가 필요한 주요 법안 처리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특히 AI기본법은 정부가 AI 산업 육성과 규제 대응을 위해 지난해부터 야당의 협조를 당부해왔던 법안이다. 가짜뉴스·딥페이크 등 기술 부작용을 방지해 이용자를 보호하는 한편 국내 AI 기업들이 미리 글로벌 규제에 대비토록 하는 국내 첫 AI 규범이다. 국가AI위원회 운영, AI기본계획 수립 등 국가 거버넌스 구축에 필요한 법적 근거도 담았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국회 첫 관문인 과방위를 통과했지만 나머지 절차인 이달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일정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이 직접 주도할 국가 AI 전략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최근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AI 정책 컨트롤타워 국가AI위원회를 출범하고 내년 1분기 국가AI전략 수립을 포함한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구개발(R&D), 산업·공공, 인재·인프라, 법·제도, 안전·신뢰 등 AI 전 분야에 걸친 전략 수립을 위해 민·관이 모여 논의하는 중이다.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탄핵 국면으로 국정이 마비된다면 이 역시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AI와 함께 정부가 3대 게임체인저로 정한 바이오와 양자 위원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R&D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 폐지가 있다. 정부는 신기술 출현이 빨라지는 시대에 맞춰 신속한 R&D 지원을 위해 예타를 폐지하기로 하고 관련 법인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달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정부안을 발의할 방침이지만 정부와 국회 모두 변수가 생겼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엄 사태가 대외적으로 국가 신뢰를 떨어뜨리는 불안정 요소로 비춰지면서 그간 정부가 강조해온 과학기술 분야 공동 연구, 투자 유치, 인재 영입 등 글로벌 협력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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