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거래소 주도로 출시된 이른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한 지 한 달 만에 모조리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국내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로 상장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정책 추진 동력을 잃자 투자자들은 물론 자산운용사들도 외면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국내 증시에 상장한 12개 밸류업 ETF 가운데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코리아밸류업(0.11%)’을 제외한 11개 상품이 모두 하락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의 경우는 이날 하루에만 2.02%, 2.00% 내렸다.
밸류업 ETF가 일괄적으로 내림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4일 상장한 12개 상품은 이날 기준으로 모두 손실로 돌아섰다. 특히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1.80%)’,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리아밸류업(-1.40%)’ 등의 하락률이 컸다. 그나마 선방한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0.56%)’,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코리아밸류업(-0.62%)’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 기간 코리아밸류업지수(-0.57%)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거둔 ETF만 전체 12개 가운데 11개에 달했다.
밸류업 ETF들이 상장 초기부터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은 이들 자체가 차별화된 상품이 아닌 데다 최근 코스피지수도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증시가 소외된 점, 삼성전자(005930)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응 실패로 크게 떨어진 점 등도 큰 악재가 됐다. 여기에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는 정책 상품인 밸류업 ETF의 추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자자들이 밸류업 ETF에 관심을 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거래소가 밸류업 ETF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2000억 원 규모의 펀드 투자를 집행하고 있음에도 그 효과는 극히 미미한 상태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령 선포·해제가 정치적 우려를 자극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 정책의 추진 동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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