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이노베이트(286940)의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운영 자회사인 '칼리버스'가 ICO(초기코인공개)를 추진한다. 해당 코인을 활용해 칼리버스 플랫폼 내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로 ICO가 이뤄지면 국내 대기업 중 첫 사례가 된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칼리버스는 내년을 목표로 ICO를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ICO가 불가능한 만큼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 등을 후보지로 두고 발행 국가를 고심 중이다. 또 칼리버스는 법적·제도적 완전성을 갖추기 위해 국내 대형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칼리버스는 공식 서비스 출시 전부터 ICO에 대한 자료 조사와 방향 설정 등을 완료했고, 최근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이 난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목적으로 2021년 칼리버스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10월에는 약 2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으며 최초 지분 인수 대금을 포함해 최근 3년 간 640억 원을 투자했다. 동명의 플랫폼인 칼리버스는 8월 전 세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공식 출시됐으며 가상 공간에서 명품 쇼핑을 즐기고 인기 K팝 가수의 공연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칼리버스가 발행할 코인의 형태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 통화나 실물자산에 1대1로 묶인 코인을 말한다. 실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높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일반적인 코인과는 달리 가격 안정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통해 연동해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칼리버스도 달러화에 묶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의회와 규제당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발행된 스테이블코인 명목가치의 최소 100%에 해당하는 준비금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관련 법안도 준비 중이다. 가령 칼리버스가 초기에 1만 개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고 하면 1만 달러의 담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셈이다.
칼리버스가 ICO에 나선 가장 큰 목적은 칼리버스 플랫폼 내에서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코인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칼리버스 플랫폼 안에는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코리아세븐과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점 등이 입점해 있어 식품, 전자제품, 의류, 명품 등 다양한 쇼핑을 체험할 수 있다. 칼리버스는 향후 제품들을 실제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행될 코인이 실제 화폐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주요 수익원은 투자자들에게 코인을 제공하고 받은 대금을 활용한 자산운용 매출과 코인을 통한 결제가 발생할 때 받는 수수료다. 코인 유통과 결제 건수가 늘어날수록 칼리버스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칼리버스는 향후 자체 발행 코인을 통해 실물 재화나 서비스의 결제 생태계를 키워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칼리버스는 해당 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추가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도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게임사 여럿이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위메이드(112040)(위믹스), 컴투스홀딩스(063080)(엑스플라), 넷마블(251270)(마브렉스) 등은 코인을 팔아 통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이노베이트 측은 칼리버스 ICO 추진에 대해 “추후에 코인 발행을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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