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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외환시장 '정치 디스카운트' 타격…교역조건 악화로 통상정책 어려움 가중"

[비상계엄 후폭풍] 전문가 진단

“외환시장은 리스크 프리미엄 줘야 해”

교역조건 악화 가능성도…“레임덕 올 것”

尹 정책 추진동력도 상실… 준예산 사태 가능성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재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여파로 금융·외환시장 전반에 ‘정치 리스크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정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서 내수 진작 등 경제 회복 효과가 감소하고 수출 둔화 대응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낸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금융·통상 및 경제정책 전반에 어려움이 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만약 사태가 장기화했다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했을 것”이라며 “한동안 탄핵이 거론되는 등 혼란이 이어질 테니 (환율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펀더멘털이 아직 양호한 만큼 당장 한국의 대외 신용도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만큼 ‘정치 리스크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내외 불확실성을 빠르게 안정화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최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부처 장관들과 합동 브리핑을 열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국민·기업·정부 각 경제주체가 합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투자가들의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해외투자가들로부터 한국의 상황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홍콩 국채 투자 딜러들이 상황 설명을 요청해 계엄이 해제됐다는 사실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했다”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으니 한동안 투자자들은 불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 역시 “해외투자가들이 외신 뉴스를 통해 한국 상황을 접한 뒤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한국의 정치 불안이 이어질 경우 일정 부분 투자 축소 등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항상 정치가 사고를 치면 타격은 경제인이 감당한다”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통상 정책 리스크와 수출 둔화에 대응하기가 한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는 “일단 비상계엄 사태는 해소됐지만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기는 어렵다”며 “보호무역 시대에 정치 불확실성이 더해져 한국 경제가 시계 제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 역시 “수출입 과정에서 대금을 설정할 때 각 나라의 다양한 리스크가 반영된다”며 “원자재 수입 비용이 상승하는 등 교역 조건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수출에 부담되는데 주력 수출품 원가마저 상승해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 또한 우려 요인으로 손꼽힌다. 이 교수는 “대통령 리더십이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지 않았느냐”며 “공무원들이 정책을 펼치기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전망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준예산 사태를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야당의 일방적인 감액안 통과로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대통령이 국회를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며 계엄을 선포한 상황 등이 사태 수습을 사실상 어렵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염 교수는 “이미 예산 협상의 판은 완전히 깨졌다”며 “계엄 문제를 수습하다 보면 예산안과 세법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정부안에 준해 편성하는 준예산을 운용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게 된다면 다시 한번 헌정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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