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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저버린 두 가지 약속 [기자의 눈]

황동건 생활산업부 기자


“감당할 여력이 있는데도 아이들 간식 값을 올리는 기업을 어떻게 ‘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달 오리온이 초콜릿 첨가 과자류 13개 제품 판매가를 평균 10% 이상 올리자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가 내린 평가다. 올해 하반기 줄줄이 먹거리 가격을 올린 업체들 가운데서도 화제는 단연 오리온이었다. 인상률이 가장 높은 ‘초코송이’의 경우 20%에 달했다.

카카오를 포함해 올 들어 급등한 원재료 가격 부담을 온전히 기업이 떠안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오리온이 올해 3분기 거둔 호실적은 원가 부담을 감내할 여력이 충분했다는 평가에 힘을 싣는다.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17%가 넘는다. 이는 통상 5% 내외에 머무르는 식품 업계 다른 기업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증권가에서 올해 4분기 오리온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볼 정도다.

무엇보다 이번 인상은 소비자와의 약속을 깬 행보다. 올해 3월 농림축산식품부 보도 자료에서 이승준 오리온 대표는 “정부 물가 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해 올해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보도 자료 제목은 ‘농식품부,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식품기업 현장 방문’이었다.

원재료 가격이 내려갈 경우 제품 판매가를 함께 낮추거나 양을 늘리겠다고도 2년 전 공언했지만 이 역시 깜깜 무소식이다. 오리온 측은 2022년 9월 “원가 압박에 따라 가격을 올리게 된 만큼 원재료 시세가 안정화될 경우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초코파이를 비롯한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하면서 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올해만 해도 밀가루 국제 시세가 하락하면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저버렸다. 올 9월 식품산업협회는 밀가루 등 원가가 하락했다며 7개 회원사들이 가격 인하와 할인전을 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오리온은 제품 22종 가격을 단 8일간 할인하는 데 그쳤다. 다른 업체들이 원재료 시세가 안정된 제품 가격을 아예 내리거나 수개월 할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거 주력 제품의 가격을 10년 넘게 유지해 ‘착한 기업’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오리온이다. 약속을 지켜야 이런 평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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