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이 다음 달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보유 지분을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백기사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은 165만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할 정도로 지분 확보 경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털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트로이카드라이브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총 362억8930만원을 들여 고려아연 주식 3만28주(0.15%)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특히 본지 보도로 임시 주총 날짜가 알려진 뒤인 이달 3일에는 평균 151만5505원에 5184주를, 4일에는 165만4713원에 5875주를 매입했다. 각각 78억 원, 97억 원 규모다. 가장 낮은 매입 단가가 지난달 25일의 91만467원으로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89만원) 보다 높다.
베인캐피털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매수 자금으로 썼다. 이로써 베인캐피털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1.41%에서 1.56%로 증가했다.
이 외에 유미개발 1만7665주(0.09%), 영풍정밀 7670주(0.04%), 최정운 전 서울대 교수(150주) 등이 장내 매입에 동참해 베인캐피털을 포함하면 총 6만6623주(0.32%) 지분을 샀다. 최 회장과 특별관계자의 지분율은 17.50%로 0.32%포인트 늘어났다.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율(39.83%)과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최 회장의 우호군을 모두 더해도 약 5% 안팎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MBK 측도 꾸준히 장내 매입을 계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이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임시 주총 날짜를 내년 1월 23일로 확정하면서 주주명부 폐쇄일도 이달 20일로 정해졌다. 즉,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가 될 수 있는 18일까지 남은 2주간 지분 확보 경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4일 8.37% 상승한 167만1000원으로 급등세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일 고려아연에 대해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예고하며 4일 하루 동안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지만, 과열된 투자 열기는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거래소의 시장경보제도는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로 구분되는데, 투자경고 종목 지정 시 신용융자로 매수할 수 없으며 매수 시 위탁 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한다. 이후 추가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고 이 경우 당일 하루간 거래가 정지된다.
양측은 내년 1월 23일 오전 9시에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MBK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 14인 선임과 정관 변경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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