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사상 초유의 비상 계엄 선포 사태로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인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4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윤석열 불법 계엄 규탄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전면적 저항운동 선포 전국민 비상행동’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측 추산 1만 명의 참석자들은 한 손에는 ‘계엄 반대’, ‘윤석열 퇴진’ 등의 문구가 적힌 푯말을,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부터 학생, 노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이 이날 행사에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도보 곳곳에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성명이 담긴 소식지 등이 떨어져 있었다.
집회 장소 인근 인도는 물론, 인파가 몰리면서 차도까지 사람이 밀려나면서 현장에 파견된 경찰은 시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교통 지도를 하고 있었다. 집회가 퇴근시간과 맞물린 탓에 퇴근 인파와 집회 인파가 뒤섞여 혼잡한 모습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직장인 변 모(34) 씨는 “이런 집회에 온 것 자체가 처음”이라며 “ 어제 계엄령 소식 듣자마자 밤에 한숨도 못 잤을 정도로 충격을 받아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퇴근하자마자 이 곳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임 모(44) 씨는 “정부에 실망감을 느껴 최근 집회를 자주 찾고 있다”라며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데, 용산까지 같이 행진했다가 귀가하려 한다”고 밝혔다.
오후 7시 10분께 본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을 하기 위해 청계광장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이 행진 대열 앞쪽에 서고 뒤에 시민들이 붙어 가는 형태다.
이날 시청역 대한문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을 비판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었지만, 행진 시작 전에 해산했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은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경계의 끈을 놓지 않으며 인근 지역 경비를 지속하고 있다.
보수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정당하다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비판했다. 집회참석자들은 “종북 주사파 척결”, “계엄을 다시 선포하라”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이날 인천에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까지 온 이 모(65) 씨는 “어제 계엄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았는데 새벽에 해제되니 눈 앞이 캄캄했다”라며 “계엄 상황에서 국회의원 300명 모두 체포하고 싸움을 하지 못하게 해 정국을 안정 시켰어야 했지만 한동훈이 이를 방해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비상행동은 오는 5~7일에도 집회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탄핵안 상정 등을 협의·고려해 세부적인 일정을 공지할 예정이다.
촛불행동은 오는 7일 오후 3시 시청역에서 118차 촛불대행진을 ‘전국집중촛불’로 전환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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