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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홧발에 사이렌 소리, 헬기까지”… 트라우마 떠오른 ‘계엄 경험’ 세대들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

1979년 비상계엄 떠올린 586세대

"'계엄' 단어만 들어도 몸서리 쳐져"

계엄 겪었던 미얀마 교민들도 불안

초조함 속에서도 "국민이 해결하자"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담화를 통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 시민들이 몰려든 모습. 채민석 기자




“경찰의 사이렌 소리와 군인의 군홧발 소리, 그리고 헬기가 날아가는 소리까지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 쳐졌습니다.”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이 선포된 즉시 군인이 현장에 출동했고, 국회 상공에는 계엄군이 탄 헬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다녔다. 도로를 통제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는 시민들의 혼란과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날 60년생 유 모 씨는 1979년 10월 18일을 떠올렸다. 부마민주항쟁과 10·26사태, 5·17 쿠데타에 의한 전국 계엄령이 선포된 날이다.

당시 서울에 거주 중이었던 유 씨는 “온 시내가 경찰과 군인으로 가득했었고, 독재 정권의 살벌한 분위기가 도시를 지배하고 있었다”라며 “3일 계엄이 선포됐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사이렌 소리를 들었을 때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번 계엄령 선포는 10대~20대 때 1979년의 계엄을 겪었던 586 세대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군인과 경찰의 통제가 시작됐던 그 순간이 떠오른 탓이다.



1979년 계엄 선포 당시 대학생이었던 60년생 박 모 씨는 “당시 내 말이 어떻게 새어나갈까 싶어 말을 조심했고, 경찰에 끌려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분위기였다”라며 “대학 곳곳에 경찰과 군인이 배치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씨는 “계엄 당시 조선총독부 청사를 중앙청이라고 했는데, 매일 조간 신문에 총을 들고 장갑차와 있는 군인들이 크게 사진으로 나와서 위압감을 느꼈다”라며 “친구들이 전두환을 욕하면 경찰서에서 불려가 억압당하고 욕설을 듣는 걸 보면서 공포심이 들었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계엄이 이어지고 있었던 1981년도 육군 특공대에 입대했다. 그는 1980년 광주광역시에 있었던 선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상을 깨닫기 시작했다. 박 씨는 “45년 만에 어제 가족에게 비상계엄 소식을 전화 받고 알게 되었는데, 요즘 세대는 우리보다 교육도 많이 받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예전처럼 삼엄한 분위기가 돌아올까봐 걱정이 됐다”라며 “다만 언론이 예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발달했기 때문에 쉽게 45년 전 같은 분위기가 도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라도 광주 출신 정 모(56) 씨는 3일 계엄령 소식에 급히 가족에게 연락을 돌렸다. 정 씨는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며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장난인 줄 알았지만, 계엄령 기자회견 영상을 보고 바로 집으로 먼저 가야겠다고 일어섰다”라며 “전두환 정권때 계엄을 겪어본 세대들한테는 트라우마가 있다”고 털어놨다.

‘계엄 트라우마’는 비단 우리나라 586 세대들만의 일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외국인 교민에게도 해당한다. 지난 2021년 군부 세력의 쿠데타를 겪었던 네옴 경남 미얀마 교민회장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밤부터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의 상황과 거의 비슷했다고 회상했다.

네옴 회장은 미얀마의 상황과 현 우리나라의 상황을 조목조목 비교했다. 그는 “미얀마의 경우 군부가 사전에 거점을 네피도라는 도시로 옮긴 탓에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쿠데타 이후 바로 대응할 수 없었다”라며 “국회의원들도 네피도로 들어가서 뭔가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군부가 바로 체포하고 감옥으로 보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사태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그렇고 의원들도 바로 군부보다 빠르게 한 발 앞서서 대응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얀마의 경우 4년이나 걸렸는데 한국은 이렇게 빠른 시간에 무사히 해결돼서 정말 다행이고 우리끼리는 ’쿠데타를 두 번 당했구나‘하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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