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가 한 차례 더 미뤄진 가운데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정교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 거래소 이용 시 세제 혜택 부여 등 다각도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과세 시행의 가장 큰 난제로 가상자산 취득 원가 산정 문제가 꼽혔다.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가상자산이 입금됐을 경우 정확한 취득원가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2027년 도입 예정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암호화자산 보고체계 다자간 정보교환 협정(CARF MCAA, 카프)으로도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을 포함해 독일, 일본, 프랑스 등 48개국이 참여한 이 협정은 가입국 간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매년 자동으로 교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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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거래소 관계자는 “조세회피처 등 협정 미가입국의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취득원가 산정이 여전히 어려워 국내 이용자의 해외 거래소 이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내 거래소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과 달리 미국 주식은 매매 차익이 연 250만 원이 넘으면 양도세를 부과한다. 이러한 과세 방식을 참고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해 국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과세가 시행되더라도, 국내 거래 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합리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가상자산 별도 세목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한다. 해당 소득이 연 250만 원을 초과하면 지방세 포함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기타소득은 일시적, 우발적으로 발생한 소득으로 가상자산 소득이 이 성격에 적합한지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이 가상자산을 투자자산으로 인정하고 손익통산을 허용하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결손금 이월공제를 비롯해 스테이킹, 에어드롭 소득 과세 등 다뤄야 할 내용이 산적하다. 김규진 타이거 리서치 대표는 “가상자산은 기술적 복잡도가 높은 만큼 과세제도 설계 시 민간 협의체와의 지속적 소통이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업계 간담회 등으로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이를 제도 설계에 반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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