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단 6시간여 만에 종료된 초유의 계엄 사태 속에서 국내 증시 개장 여부를 당일 오전에야 결정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휴장을 판단하는 거래소의 객관적 기준이 없는 탓에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보다 명확한 기준을 통해 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5일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경제사정의 급변 또는 급변이 예상되거나 거래소가 시장관리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날’에 대해 휴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거래소가 금융위원회에 휴장 여부 검토를 요청하면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규정에서 경제사정의 급변, 급변이 예상되거나 시장관리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날에 대한 정량적 기준은 없다.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정지), 서킷브레이커(매매거래 일시 중단) 등 주식시장 내 각종 규정이 구체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량적인 기준보다는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개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거래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언과 해제가 이뤄졌던 3~4일 두 차례 회의를 통해 4일 거래소 개장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4일 오전 1시께 시장 담당 임원 대상 1차 비상시장점검회의를 개최했을 때도 개장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못했다. 오전 2시 반께 발송한 보도자료에서는 밤새 우리 증시 관련 해외상품들의 거래 동향을 면밀히 살핀 후 오전 7시 30분께 정상 운영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전했다. 즉, 개장 1시간 30분 전까지도 개장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셈이다. 이날 증시는 정상적으로 개장했지만 직전까지도 투자자들은 개장 여부를 알지 못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휴장과 관련된 명확한 규정을 통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컨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천재지변 등 비상 상황시, 거래소 직원들이 대피해야 할 중대한 사건 발생시, 시장 감시 및 청산 결제 가능 여부와 시장 참여자들의 참여 가능성 등을 고려해 주식 시장 개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휴장을 하게 되면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어 개장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라면서도 “투자자 혼란을 막기 위해 휴장 여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시 일률적으로 정해 놓은 정량적 기준이 되레 종합적 판단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고 정량적 기준을 일일이 정해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불확실성이 다소 있어도 밤사이 외환과 선물시장 등 다각적으로 해석해 휴장 여부를 결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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