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 주가가 200만 원을 찍었다. 2017년 3월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전 200만 원을 돌파한 후 7년 9개월 만에 주가 200만 원을 기록한 종목이 나온 것이다.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장내 지분 매수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풀이된다. 다만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가지려면 이달 18일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해 ‘권리락’ 우려도 한층 높아져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69% 급등한 200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 연속 상승이자 지난달 25일 90만 3000원 대비 121% 올랐다.
이날 기준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은 41조 4066억 원으로 코스피(유가증권시장) 6위까지 뛰어올랐다. 시총 5위 현대차(42조 8256억 원)와의 차이는 불과 1조 4200억 원으로 셀트리온(39조 2912억 원), 기아(37조 3812억 원)보다 몸집이 커졌다.
고려아연 주가가 급등한 것은 MBK와 최 회장의 지분 매입 경쟁 때문이다. 베인캐피털·유미개발·영풍정밀 등 최 회장의 특별관계자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0.32% 지분을 장내 매입해 17.50%로 지분율을 높였다. 특히 최 회장의 백기사 베인캐피털은 이달 3일에는 평균 151만 5505원에 5184주를, 4일에는 165만 4713원에 5875주를 매입하는 등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89만 원)의 2배에 육박해도 주식을 사들였다.
그럼에도 아직 영풍·MBK(39.83%)와의 지분율 격차는 크다. 최 회장의 우호군을 모두 더해도 약 5% 안팎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추가 매입에 베팅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로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이미 ‘품절주’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자사주 공개매수 전인 10월 하루 평균 거래량은 32만 5000주였지만 이날 거래량은 3분의 1에 못 미치는 9만 3483주에 불과하다.
고려아연은 내년 1월 23일 임시 주총을 개최한다.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은 이달 20일이다. 결제까지 2거래일 시차를 고려하면 18일까지 확보한 주식만 임시 주총에서 한 표가 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19일부터 권리락일에 들어가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고려아연 주가가 급등하자 이달 4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의 시장경보제도는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로 구분되는데 투자경고 종목 지정 시 신용 융자로 매수할 수 없으며 매수 시 위탁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한다. 이후 추가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고 이 경우 당일 하루간 거래가 정지된다.
임시 주총에서는 MBK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 14인 선임과 정관 변경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 등을 추가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