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0만 달러를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친가상자산 인사로 꼽히는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하자 시장이 환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5일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약 1억 4142만 원)를 돌파했고 이날 장중 10만 380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트럼프는 4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앳킨스를 차기 SEC 위원장으로 지명해 기쁘다”며 “그는 상식에 기반한 규제를 하는 것으로 입증된 리더”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공약을 내세웠던 만큼 앳킨스 후보자가 이끄는 SEC에서는 조 바이든 현 행정부가 실시해 온 가상자산 규제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앳킨스는 2002~2008년 SEC 위원을 지냈으며 2017년부터는 디지털상공회의소의 토큰 얼라이언스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앳킨스 지명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은 5일 오전 11시 38분(한국 시간) 10만 달러를 돌파한 후 오후 1시 4분께 10만 3800.4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초 7만 달러를 밑돌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상승세를 탔고 대선 승리 약 한 달 만에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대선 이후 상승률은 약 45%에 이른다. 올해 초 5만 달러를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100% 넘게 오른 셈이다. 한때 가상자산 산업을 ‘사기’라고 비난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상자산 규제 완화와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등을 공약했다.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입각도 호재로 꼽히며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 의원 선거 결과 의회 지형도 가상자산 업계에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거래 규모도 크게 늘었다. 블룸버그는 가상자산 정보 제공 업체 CC데이터를 인용해 11월 전 세계 현물시장 및 파생상품 시장의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처음으로 10조 달러(약 1경 4000조 원)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거래 규모는 전달 대비 2배 넘게 불어났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날 1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시가총액도 2조 달러를 돌파했다. 비트코인은 금과 애플·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 등 소수 상장기업을 제외하고 가장 큰 투자자산으로 발돋움했다. 가상자산 운용사 코퍼테크놀로지의 연구 책임자인 파디 아부알파는 “10만 달러 도달은 다음 단계의 강세장이 시작됐다는 신호”라며 “외부 충격 외에는 어떤 변수도 잘 버텨낼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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