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대대적인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통해 고강도 혁신에 나섰다.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이사 13명 중 9명을 교체해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임기 3년 차인 내년을 앞두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진 회장은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며 “불확실한 미래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부의 근원적인 혁신과 강력한 인적 쇄신,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5일 신한금융은 서울 세종대로 본사에서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 후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이번 인사에서 △인적 쇄신을 통한 조직 체질 개선 △입증된 CEO 연임을 통한 일관성 있는 미래 전략 추진 가속화 △차세대 리더 발탁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자경위 관계자는 “자회사 CEO 교체 폭을 대폭 확대해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고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새 리더들이 그룹의 도약과 새로운 성장 기회 창출을 위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사장,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사장 등 네 명의 CEO는 연임돼 현재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정 행장은 2년 연임하게 됐고 다른 계열사 사장들은 1년씩 더 임기를 부여받았다. 정 행장의 경우 연임 시 통상적으로 받는 1년보다 긴 2년 임기를 부여해 힘을 실어줬다. 정 행장은 1964년생으로 2026년 말까지 신한은행을 이끈다. 그는 비서실장과 경영기획그룹 상무를 거쳐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자금시장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3년 2월 신한은행장에 올랐다. 자경위는 “정 행장은 견조한 자산 성장과 비이자이익 증대 및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 성과를 냈고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혁신을 주도해 조직을 쇄신했다”며 “중장기 관점의 전략에 기반해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임기 2년의 연임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권 최초로 책무 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4개 계열사를 제외한 9곳의 CEO는 모두 교체됐다. 신한카드 사장에는 박창훈 신한카드 본부장(상무)이 새로 추천됐다. 부사장급이 아닌 본부장급 인사를 그룹 주요 자회사 CEO에 선임한 것은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본부장은 페이먼트 그룹과 신성장본부, 영업추진팀 등 디지털 및 영업 관련 핵심 부서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자경위는 “신한카드는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위권 사업자와의 격차가 축소되고 있고 업권을 넘나드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차별적인 성장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CEO 교체를 통해 과감한 조직 내부 체질 개선을 이끌고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인물에 방점을 뒀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선훈 부사장이 새 사장 후보로 추천됐다. 올 8월 일어난 1300억 원대 파생상품 유동성공급(LP) 운용 사고가 CEO 교체로 이어졌다. 자경위는 “이 부사장은 현재 파생상품 사고 관련 위기관리·정상화 태스크포스(TF)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조직을 쇄신하기 위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신한캐피탈 새 사장에는 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이 신규 추천됐다. 전 부행장은 디지털 사업과 영업 추진 전반에 걸쳐 경험을 쌓은 인물로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 SBJ 법인장을 지내기도 했다.
제주은행장에는 현재 신한저축은행장을 맡고 있는 이희수 사장이, 신한저축은행장에는 채수웅 신한은행 본부장이 신규 추천됐다. 신한DS 신임 사장으로는 그룹 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민복기 신한은행 본부장이 추천됐다. 신한펀드파트너스와 신한리츠운용 사장에는 신한은행 소속 김정남 본부장과 임현우 본부장이 내정됐다. 신한벤처투자의 신임 사장 후보로는 박선배 우리파트너스 전무가 이름을 올렸다.
이날 자경위가 추천한 신한금융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들은 각 자회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격 요건 및 적합성 여부 등에 대한 검증을 거쳐 각 사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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