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경쟁의 핵심 기술인 AI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글로벌 연구개발(R&D) 특별위원회 제4회 회의를 열고 ‘글로벌 R&D 전략지도’를 발표했다. 전략지도는 논문, 특허, 정성평가 등을 반영해 전략기술별 국가 순위를 정리한 자료다.
전략지도에 따르면 AI반도체를 포함하는 ‘고성능·저전력 AI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은 61.7점으로 미국(96.7점), 중국(71.6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영국(55.8점), 대만(54.6점)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피인용 횟수 상위 10% 논문이 152건으로 세계 3위, 특허는 248건으로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논문 767건, 특허 4104건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AI가속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경쟁을 주도하고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같은 차세대 AI반도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으로 AI반도체 분야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도 등장했다. 다만 여전히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반도체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어 국내 AI 개발사들도 이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외 디스플레이, 차세대 통신, 사이버보안, 차세대 원자력, 첨단로봇·제조, 우주항공·해양, 첨단모빌리티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대체로 5위권 이내의 성적을 보였다. 다만 스페이스X 같은 재사용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대형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은 9위를 기록하는 등 일부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R&D 전략거점센터 운영방안’도 의결해 내년부터 글로벌 R&D 지원에 특화한 전략거점센터 10곳을 미주·유럽·아시아 등 권여별로 구축할 계획이다. 거점센터를 구심점으로 그간 파편화했던 현지 협력체계를 효율화하고 글로벌 협력을 다방면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글로벌 협력을 희망하는 산·학·연 연구자들의 애로사항을 자문하고 해소해주는 ‘글로벌 R&D 헬프데스크’를 내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 전략거점센터에 시범적으로 설치한다. 헬프데스크는 재외과협, 무역관 등 유관기관들과 협력하여 내년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에 따라 유럽과의 공동연구를 추진하려는 우리 연구자들을 현지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글로벌 R&D가 전략에 따라 체계적으로 추진되도록 ‘글로벌 R&D 추진전략’과 ‘과학기술 글로벌 협력 종합전략’의 이행현황을 반기별로 점검할 방침이다. 류광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심화로 국제협력은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 과학기술과 산업 역량 확보를 위한 국제협력 R&D 전략 강화는 필수”라며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정책 수단을 활용해 글로벌 R&D 생태계 활성화와 성과창출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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