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업들의 방위산업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무인항공시스템(UAS) 드론을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하며 드론과 관련된 방위 기술에 AI를 접목하는 흐름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게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기존 유인 전투기의 고비용 구조를 지적하자 발 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5일(현지 시간) 미 국방부는 “드론 등 UAS에 대한 대응을 미래 군 개발 및 설계 구상의 핵심 요소로 삼고 적 우위를 상쇄할 기술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과정에서 드론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드론과 안티 드론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 국방부는 “드론 네트워크의 교란 및 저하, 위협 방어, 무인기 주도 전쟁을 위한 미래 합동군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I 업체들도 속속 무인기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날 미 AI 방산 업체 팰런티어는 ‘실드AI’와 AI 무인기 개발을 위한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팰런티어는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설립했던 피터 틸이 이끄는 기업으로, 우크라이나 AI 드론 개발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팰런티어는 트럼프 테마주로 미 대선 이후에만 70%가량 급등하고 있다.
전날에는 생성형 AI 돌풍의 시초인 오픈AI가 미 방산 업체 안두릴과 드론 방위 시스템 관련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생성형 AI로 드론 공격의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오픈AI는 4성 장군 출신인 폴 나카소네 전 미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및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이사회에 영입하는 등 미군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오픈AI의 라이벌로 꼽히는 앤스로픽은 아마존·팰런티어와 함께 미군에 AI 알고리즘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설계도가 개방된 오픈소스 AI를 개발 중인 메타 역시 미군이 자사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메타가 개발한 오픈소스 AI를 중국·러시아 등 적성국이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시장은 트럼프 취임 후 전통적인 방산업 대신 보다 효율적인 AI 관련 기술에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본다. 머스크가 11월 25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록히드마틴이 만드는 F-35 전투기를 겨냥해 “비싸고 복잡하지만 어느 것도 뛰어나게 잘하지 못한다”며 “아직도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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