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00단이 넘는 10세대 낸드플래시(V10)를 양산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에 고적층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300단 낸드 개발 속도까지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400단 고지를 돌파해 ‘초격차’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조직인 반도체연구소에서 400단 낸드 개발을 마무리하고 지난달부터 양산 라인에 기술을 이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작업은 평택 1공장의 낸드 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 R&D 단계에서 10~20%의 웨이퍼 수율을 기록하면서 양품들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하면 양산 라인으로 옮기는 작업으로 전환한다. 양산 이관은 말 그대로 대량생산을 위한 수율 확보에 만전을 기하는 단계다. 통상 60% 이상의 수율이 확보될 때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관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내년 하반기께 양산 승인(PRA)이 나고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속도를 올려 시간을 앞당길 경우 이르면 내년 2분기 말에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낸드플래시는 전자기기 속의 데이터를 반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저장 장치다. 삼성전자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6.9%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저장 장치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D 낸드플래시를 2013년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양산하며 기술 경쟁력에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라이벌 메모리 회사인 SK하이닉스가 약진하면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238단 제품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21단 낸드를 양산한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로 300단 고지를 점령했다.
삼성전자의 400단 낸드는 잃어버린 ‘초격차’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상당히 중요한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400단 낸드 구현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새롭게 도입한다. 대표적으로 이번 400단 낸드에서 세 번에 걸쳐 쌓아 올리는 ‘트리플 스택’ 기술을 회사 제품에서 처음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 쌓아서 완성하는 더블 스택 기술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기 마련인데 가격 경쟁력을 어떤 기술로 확보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회사는 내년 2월에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반도체 학회인 ‘ISSCC 2025’에서 1Tb 용량의 400단 트리플레벨셀(TLC) 낸드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400단 낸드뿐만 아니라 첨단 제품군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평택 공장의 새로운 반도체 공장인 4공장(P4)의 낸드 라인에는 내년에 월 3만~4만 장 사이의 새로운 9세대(286단) 생산 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중국 시안 공장에서는 128단(V6) 낸드 라인을 236단(V8) 제품 공정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삼성전자의 고적층 제품 양산이 침체된 낸드플래시 시장에 활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올해 낸드 시장은 소비자 구매 심리가 위축되면서 움츠러들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범용 낸드플래시로 분류되는 128Gb 멀티레벨셀(MLC) 제품의 경우 11월 한 달 사이에만 고정거래가격이 29.8%나 감소하며 평균가격은 2.16달러에 그쳤다.
다만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용 낸드 판매량은 늘어나는 추세여서 낸드 제조사들은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쓰이는 고용량·고적층 낸드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낸드 가격이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최대 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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