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난주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 딸면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24.5원 급등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선포설이 전해진 3일 밤에는 환율이 야간거래에서 1,442.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원화 자산의 투자 심리를 크게 악화시켰다. KB국민은행 문정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과 반도체 경기 우려로 11월부터 투자심리가 부진했는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와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계엄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새로운 충격이 없다면 환율은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 시 원화 자산 신인도에 중장기적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환율 변동성 확대로 금융기관들의 외화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안이 지속될 경우 환율이 1,45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급격한 환율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원화는 지난주 달러 대비 1.86% 평가절하되며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약세를 보였다. 반면 유로화(+0.03%), 엔화(+0.10%) 등 여타 주요 통화들은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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