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일부 오픈마켓 우수 판매자들의 상품도 ‘로켓배송’을 해주기로 했다. 쿠팡 앱의 판매 상품에서 자체 직매입 상품과 오픈마켓 셀러 상품의 구분을 없애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경우 우수 판매자들을 유치할 수 있고 쿠팡의 직매입 재고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달 중으로 신규 배지 기능 적용 사업을 운영하면서 일부 셀러들에게 처음으로 ‘로켓배송’ 배지를 부착할 방침이다.
쿠팡은 앱에 노출되는 상품이 쿠팡의 직매입 상품인지 셀러 상품인지 구분하는 차원에서 배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직매입 상품엔 ‘로켓배송’ 배지가 붙는다. 쿠팡이 2023년 3월부터 시작한 셀러 대상 풀필먼트·배송 서비스인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는 셀러의 상품은 ‘판매자로켓’으로 표시된다. 이외에 신선식품 위주 새벽배송 상품은 ‘로켓프레시’로 노출되고 일반 셀러 상품은 배지 자체가 부착되지 않는다.
당초 쿠팡은 직매입 상품과 셀러 상품을 구분하기 위해 판매자로켓을 별도로 만들었다. 판매자로켓 상품 역시 로켓배송과 마찬가지로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의 경우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으며, 단순 변심의 경우에도 30일 이내에 무료로 반품해준다. 쿠팡의 기존 로켓배송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최저가에 신속하게 배송해준다’는 신뢰를 받고 있는 만큼, 판매자로켓 상품이 로켓배송 상품으로 바뀔 경우 소비자 선택을 받을 확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쿠팡은 판매자들이 로켓배송 배지를 받으려면 자사와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단서 조건을 달았다. 쿠팡은 셀러 공지에서 “본 기능은 서비스 지원 향상과 긍정적 고객 경험을 위한 것”이라며 “‘로켓배송’과 동등한 수준으로 고객 경험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판매자가 상품의 가격을 더 낮춰 최저가를 유지하고 로켓그로스 입고 물량도 늘려 신속한 배송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쿠팡이 배지 적용 방식을 바꾼 것은 내년 로켓그로스 수수료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쿠팡은 지난달 내년 1월 6일부터 로켓그로스 수수료를 올린다고 공지했다. 셀러들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이어서 반발이 컸다. 이 결과 판매 상위 셀러들 중심으로 쿠팡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빼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는데 이들에게 ‘로켓배송’ 배지를 유인책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로켓배송 배지를 받으면 상품 카테고리에서 검색 상위에 노출돼 고객들에 선택을 받기가 쉽다. 또한 쿠팡 입장에서는 향후 이를 광고비와 연계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쿠팡이 로켓배송 배지 적용을 확대 적용하면 e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판매 상품 중 직매입과 오픈마켓 상품 비율을 공식 발표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직매입 비중을 90%로 보고 있다. 로켓배송 배지가 확대 적용돼 해당 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직매입 사업은 쿠팡을 성장시킨 원동력이지만 막대한 재고를 떠안아야 한다는 리스크가 높은데 로켓배송 배지 확대를 통해 이를 판매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롤모델로 여겨지는 아마존도 성장 후 직매입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며 “일부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시험 적용을 해보고 확대 여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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