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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힘 되겠다더니…행사·회식 줄취소 '사라진 연말특수'

[계엄 후폭풍 피해 눈덩이]

'이시국에 무슨' 비판 여론에

송년모임 등 잇단 잠정 연기

유통·호텔업계에도 찬바람

"尹 내논 지원정책 못 믿겠다"

국회 자영업 입법도 '올스톱'

협회 등선 소비 독려 움직임

8일 서울 종로의 한 전통시장이 휴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형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이튿날인 8일 서울 광화문 일대의 한 고깃집. 주중과 주말을 따지지 않고 빈자리 찾기가 힘들었던 이 식당은 이날 되레 손님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이달 초에 연말 저녁 예약이 마감됐었는데 지난 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절반 정도가 예약을 취소했다”며 “예년 같으면 지금쯤 예약 문의 전화가 오면 ‘예약이 마감됐다’고 안내하기 바빴는데 요즘에는 전화벨이 울리면 예약 취소 전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겁부터 난다”고 토로했다.

계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공무원과 국회의원, 보좌진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주요 고객층인 광화문과 여의도 상권 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고양의 한 미용실 원장은 “이런 저런 모임과 파티가 많은 12월은 미용실을 찾아 머리를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1년 중 가장 바쁜 달”이라며 “이맘때에는 네이버 예약에 들어가면 예약이 안돼 있는 시간대가 거의 없어야 정상인데 지금은 군데군데 이빨 빠진 듯이 계약 가능 시간대가 굵은 글씨로 표시돼 있다”고 전했다. 인근에 있는 제과점 사장도 “계엄과 탄핵 여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케이크와 빵 매출이 줄었다”며 “경기가 위축돼 있어 크리스마스 특수를 기다려왔는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종로의 한 전통시장이 휴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형주 기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불어 닥친 한파는 유통·호텔 업계도 비켜가지 않았다. 홈쇼핑 업계와 중소 입점업체들은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국면으로 위기를 맞았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부터 현재까지 쉬지 않고 정치 상황을 보도하는 뉴스특보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쇼핑 채널을 일단 틀어 놓아야 상품을 사든가 할텐데 계엄 사태 이후 다들 뉴스만 시청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소 입점업체의 분노가 훨씬 커서 ‘용산에 가서 때려 부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대형 백화점은 정국 불안 사태가 소비를 위축시키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서울 도심 시위 등으로 인해 성탄절이나 연말연시 선물용 상품 판매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백화점 업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인 2016년 말 겨울 세일 매출이 5년 만에 역성장한 바 있다.



호텔 업계의 경우 외국인 고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의 한 특급 호텔은 연말 예정됐던 정부와 기업 관련 행사가 모조리 취소됐다. 방한한 외국 고위인사들이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 호텔에서는 외국인들이 예약한 숙박 중 10여 건을 철회했다.

치안이 최대 무기였던 관광업계는 아예 해외 손님 끌어들이는 작업을 멈췄다. 무비자 수혜를 기대했던 중국을 비롯해 각국은 한국에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상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금부터 내년 해외관광객 유치를 해야 하는데 계엄 사태로 전면 중단됐다”면서 “정치적으로 안정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관광객 유치는 내년 3~4월은 돼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 기능이 약화하면서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소상공인 지원책도 힘이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앞서 2일 민생 토론회에서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배달 수수료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전용 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5조 9000억 원을 편성하겠다 밝히기도 했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한 사장은 “상황이 이렇게 돼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덜어주겠다고 하더니 오히려 어려움과 의심을 키워줬다”고 토로했다.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서는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논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입법도 한동안 추진동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무한반복하면 결국 민생법안 처리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이 와중에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이 제대로 가동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보호 등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전자결제(PG) 수수료 제도화 등을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등이 국회 계류 또는 발의 대기 중인 법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단체는 소상공인 등을 위해 소비를 독려하는 모습이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연말에 예정된 송년 모임을 취소하면 가뜩이나 힘든 소상공인이 더 힘들어지게 된다”며 “예정된 연말 송년회는 내수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계획대로 진행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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