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이어진 탄핵 논란으로 자본시장이 혼란을 겪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의 미국 채권 보관액이 사상 최대인 17조 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채권 보관액은 117억 6431만 달러(약 16조 9053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가 공개된 2011년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말 해당 보관액이 42억 8916만 달러(약 6조 906억 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3일 116억 7190만 달러(약 16조 7725억 원)와 비교하면 2거래일 만에 9241만 달러(약 1328억 원)가 더 늘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채권 보유 금액이 급증한 것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 데 따른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확정 이후 한동안 물가 인상 우려가 고개를 들었으나 시장에서는 이달 기준금리 인하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연준은 9월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30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전환한 바 있다. 여기에 3일 윤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이 대폭 확대하면서 해외 투자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이달 FOMC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우세하게 바라보면서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더디게 진행되는 점 때문에 내년 인하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있다”며 “국내 금리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경제성장보다 환율이 우선해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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