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앞세운 정치 투쟁을 이어가면서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 생산 현장이 멈추고 있다. 지난주 부분 파업으로 완성차 업체들은 약 50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는데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상황이다. 노조의 정치 파업에 완성차 업체들이 볼모로 잡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완성차 업체들은 금속노조가 내놓을 추가 파업 지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조만간 전 세계 권역본부장 회의를 개최해 글로벌 시장 동향과 국내 시장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한국GM도 노조의 정치 파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한국GM 노조는 5일과 6일 이틀 간 하루 4시간씩 이틀 간 부분 파업을 벌였고 차량 수천 대가 생산되지 못했다. 이 파업은 상위 노조인 금속노조가 4일 '불법 계엄 규탄,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전체 조합원에게 이틀 간 주야 2시간 이상 파업 돌입 지침을 내리면서 진행됐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는 이틀 간 약 5000대, 한국GM은 1000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민의힘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민주노총의 투쟁 강도가 더 거세진 점이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현대차 노조 등에 근로자의 임금과 복지와 무관한 ‘정치 파업’에 나서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탄핵안 부결로 추가 파업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속노조는 10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세부 지침을 확정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 파업에 동참한 현대차와 한국GM에 더해 기아 지부도 부분 파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계와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정권 퇴진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부분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여론을 의식해 생산라인을 통째로 멈추는 총파업 대신 하루에 시간을 정해 놓고 게릴라식 부분 파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완성차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하루 주야 2시간씩 부분 파업에 나서면 현대차는 약 1000대, 기아차는 800대, 한국GM은 500~600대 생산 차질을 빚는다. 매주 2일씩 부분파업이 벌어지면 월 2만 대 이상의 차량 생산이 차질이 발생한다. 자동차 수출량의 약 10%에 달하는 숫자다. 금속노조의 정치 파업이 그나마 늘고 있는 자동차 수출까지 덮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기업들은 노조의 파업에 마땅한 목소리도 못 내고 있다. 정치 파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간 정치적 소용돌이에 말려 들 수 있어서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목소리를 냈다가는 정치 문제에 개입하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대응도 자제하고 있다"라며 “노동계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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