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협상 기한을 10일로 제시하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가운데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부의된 세법 개정안만이라도 여야 합의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K칩스법’을 비롯해 저출생 극복을 위한 자녀 소득 세액공제 확대, 출산지원금 비과세 등 주요 현안들이 세법에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을 포함해 35건의 법률안이 예산 부수 법안으로 본회의에 부의돼 있다. 해당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29일 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국회법 85조에 따라 본회의에 함께 부의됐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당초 여야가 합의한 대로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세법과 같은 예산 부수 법안들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 지원에 필수적인 K칩스법을 포함한 민생 법안들이 여야 합의대로 처리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앞서 여야는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오랜 진통을 겪은 끝에 반도체 산업 투자세액공제율을 5%포인트 인상하고 일몰 기한은 5년 늘리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기업 출산지원금을 비과세하고 자녀 소득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 등에도 여야의 견해차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주식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상속세 최고세율 10%포인트 인하를 두고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야 합의를 존중해 세법 개정안을 제때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첨단산업 지원이나 사회복지 사업 중 세법에 의해 집행되는 정책이 상당하다”며 “정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예산안과 함께 합의된 내용을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세법이 확정돼야 그에 맞춰 예산안의 수입과 지출을 정확하게 정할 수 있다”며 “예산안과 세법을 별개로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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