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건에 대해 사실상 ‘기권’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캐스팅보터’로 여겨졌던 국민연금의 기권 의사로 분할합병 안건 가결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5차 위원회를 열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에 관해 조건부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수탁위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 가액보다 높은 경우 ‘찬성’ 표결을 행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낮거나 같은 경우는 ‘기권’하겠다는 방침이다. 10일은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할 수 있는 마감일 전날이다.
양 사 주가는 9일 종가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1만 7380원, 두산로보틱스 5만 7400이다. 주식 매수 예정 가액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만 890원, 두산로보틱스가 8만 472원으로 높다. 주가가 하루 만에 각각 20.2%와 40.2%가 오를 경우에 찬성하겠다는 의미라 사실상 기권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이 12일 열릴 양 사 주주총회에서 기권할 경우 분할합병 가결 가능성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진다. 두산로보틱스는 지주사인 두산이 6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두산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약 30.67%로 낮다. 6.85%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기권할 경우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찬성표가 대거 필요하지만 표심을 섣불리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결 요건은 전체 의결권 주식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외국인투자가와 소액주주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결권 자문사 등 기관 측 의견도 찬반이 팽팽하다. 반대 측에는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기금(CalPERS) 등이 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일반 주주들도 의결권 플랫폼을 통해 각각 반대표를 모으고 있다. 찬성 측에는 글래스루이스,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지배구조자문위원회 등이 있다. 두산 측은 국민연금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은 점에 의의를 두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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